국회에서 추진 중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입법화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CBDC 발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는 있지만 사회적 합의와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국회의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도 신중론을 펼친 가운데 한국은행은 해당 개정안이 CBDC의 법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1일 정연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국은행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검토 보고를 통해 “CBDC 법제화는 다른 국가의 법제화 상황, 사회적 합의, 구체적 CBDC 도입 방안 등을 종합해 입법정책적으로 적정 시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시점에 법제화부터 추진할 경우 사회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 있고, 추가적인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서 의원은 지난 9월 CBDC에 법제화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한은법에 구체적인 발행 근거를 명시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CBDC는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새로운 화폐로 현금과 달리 익명성을 제한하거나 이자 지급, 보유 한도, 이용 가능 시간 등을 정책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한은은 지난해 2월 CBDC 연구 추진 계획을 수립한 뒤 현재 가상 환경에서 모의실험을 진행 중이다. 향후 2년 만에 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만큼 실제 도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CBDC 운영과 관련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 많은데 법 개정이 선행되면 추후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익명성 보호 범위부터 이자 지급 등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공론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또 한은법 이외에도 ‘전자금융거래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에 대한 검토도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재부도 한은이 모의실험 등을 통해 CBDC를 연구 중인 만큼 도입 여부나 도입 시 발행 방식 등 구체적 방안이 마련된 이후에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은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CBDC 발행 근거를 중앙은행법에 명문화해 화폐제도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CBDC의 법적 지위에 대한 불필요한 해석상 논란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