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41조 7,000억 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등 중앙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렸지만 같은 기간 지방자치단체 곳간에는 65조 원에 달하는 돈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자체 의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돈이 40조 원에 달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일 나라살림연구소에서 발간한 ‘나라살림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43개 지자체에서 세입 금액 중 집행하지 못한 금액, 즉 잉여금은 65조 4,000억 원에 달했다. 잉여금에서 용처가 정해진 이월금과 보조 잔액을 제해 지방정부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순세계잉여금 또한 32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31조 7,000억 원)보다 4,000억 원 증가한 수치다. ‘여유 재원’인 재정안정화기금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도 7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5조 5,000억 원)보다 1조 9,000억 원 늘었다. 지자체 곳간에 남아 있는 재원만 39조 7,000억 원에 달한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세입 과소 추계’ 때문이라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지난해 세입결산액은 474조 원에 달하는 반면 예산은 345조 원에 그쳤다. 이는 2019년도 세입결산액(407조 원)은 물론 2018년(362조 원)보다도 적은 액수다. 이월금이 결산에만 반영되는 이유 외에도 전년도 순세계잉여금을 다음 연도 세입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 세출 측면에서도 불용금액, 특히 연례적 이월금액이 증가한 점, 관례적인 점증주의 세출 규모 유지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심지어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지자체마저도 과도한 잉여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수입 비중이 9.2%에 그치는 인천 동구는 여유 재원 비율이 38%에 달했다. 8.0%, 6.9%에 그치는 거창군(36.8%), 청도군(32.8%) 또한 높은 여유 재원 비율을 보였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세입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맞춰 세출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조 8,000억 원 규모의 순세계잉여금은 지방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지출할 수 있는 돈인 만큼 적극적으로 집행하고 30조 3,000억 원 규모의 이월금에 대해서는 연내 집행 가능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 불가능한 경우 예산을 편성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전국 지자체에서 지출하지 못하고 남은 예비비가 7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점, 불용액이 11조 4,000억 원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의무적으로 집행 가능성을 중간 평가하고 지출하지 못할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감액 추경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소는 이외에도 전년도 순세계잉여액을 차년도 본예산에 충실히 반영하고 재정안정화기금의 설치·운용 및 지출 용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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