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보수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은 채권자·주주에게 위안을 주는 일입니다. 우리는 자본시장에 들어와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 재무제표 작성자(피감 기업)를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1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신(新)외부감사법 시행 3년을 기념해 개최한 기자 세미나에서 “작성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신외감법이) 불편할 것”이라면서도 “작성자와 정보 이용자 중 어느 쪽의 관점이 더 중요한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재계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외감법 비판론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주기적감사인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신외감법이 시행된 후 “감사 보수가 급격히 늘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총 감사 보수는 증가 추세다. 이날 ‘신외감법 3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강연한 전규안 숭실대 교수는 지난해 총 감사 보수가 지난 2006년 대비 2.67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표준감사시간제 시행에 따라 감사 투입 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회계 학계에서는 감사 시간이 많을수록 감사 품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오히려 시간당 감사 보수는 약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총 감사 보수는 시간당 보수에 감사 시간을 곱해서 산출한다. ‘시간’ 단위로 따지면 오히려 감사 보수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전 교수는 “시간당 감사 보수는 2006년 9만 7,000원에서 2017년 7만 8,000원으로 하락했다가 2019년 신외감법 시행 후 상승해 지난해에는 9만 8,000원으로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지난해 감사 보수는 12만 8,000원은 돼야 해 30%의 증가 여력이 있다는 것이 전 교수의 해석이다.
기준 시점을 최근 3년으로 따지면 감사 보수가 급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2000년대 초중반까지로 시야를 넓히면 최근의 감사 시간·단가 증가는 역으로 회계 품질 개선을 위한 ‘정상화’의 과정이라는 의미다. 김 회장은 “회계 개혁으로 감사 업무량·위험 등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최근의 감사 보수·시간 증가는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회계 투명성 평가 결과다. 우리나라는 2017년만 해도 IMD 평가에서 63개국 중 꼴등이었는데 신외감법이 시행된 2018년 이후에는 순위가 급등하며 2021년 37위까지 올라왔다. 전 교수는 “설문에 기초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IMD의 평가 결과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20등이냐, 40등이냐, 꼴등이냐는 차이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내 감사위원회 제도, 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이 수반되지 않는 이상 신외감법 수정·폐기를 논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 회장은 “감사위원회나 회계 전문 인력이 충분히 있다면 주기적감사인지정제도 필요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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