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이 ‘안정’보다 ‘혁신’을 택했다. 새 국민은행장에 1966년생으로 현 은행장 중 최연소인 이재근(사진) 영업그룹 부행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그는 은행권 수장으로는 보기 드물게 이공계 출신이기도 하다. 지난 4년간 국민은행을 이끈 허인 행장은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1일 KB금융은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이 부행장을 추천했다. 그동안 KB금융 안팎에서는 허 행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과 지주 부사장급에 대거 포진해 있는 1964~1966년생으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왔다. 하지만 이 후보자를 선택하며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의 진화를 택했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을 제외하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장은 모두 1961~1963년생이다. 이 후보자가 취임하면 은행장 중 최연소가 된다.
이 후보자는 △디지털과 플랫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은행의 사회적 역할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추위는 “빅블러(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 시대에 KB의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디지털 시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이 부행장을 후보로 선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또 “은행의 플랫폼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어 혁신적인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이 후보자는 국민은행의 ‘넘버 원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도약과 글로벌 부문의 성장 등 미래 신성장 동력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변화 혁신 역량 및 실행력을 겸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고와 서강대 수학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KAIST 금융공학 MBA 학위를 취득했다. 은행에서는 재무총괄(CFO) 상무, 경영기획그룹 전무 등을 역임해 영업과 재무·전략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 후보자는 “은행이 사회에 기여하고 모범이 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직원들과 협심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에 향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은 이달 중 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열어 이 후보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후 주주총회에서 새 은행장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년이다.
허 행장은 12월 말 임기 만료 후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허 행장은 지난 2017년 취임 이후 은행권 최대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고 디지털혁신부문장으로 디지털 전환 작업을 견인했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이 임기인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도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주에서 보험·글로벌, 브랜드 홍보 등을 총괄하는 양종희 부회장과 ‘트로이카 부회장’을 구축하게 된다. 같은 1961년생인 이들 3명은 각각 국민은행 전신인 장기신용금고(허인), 주택은행(양종희), 국민은행(이동철) 출신이다. 윤종규 회장을 보좌하며 자연스럽게 차기 회장직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KB금융은 이달 중순께 국민카드 등 다른 계열사 대추위를 연다. 카드·캐피탈·생명·운용 등 7개 계열사 8명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만료된다. 지주 맏형인 국민은행에서 세대교체가 시작됐고 대부분의 CEO가 기본 임기인 2+1년을 마쳐 대대적으로 바뀌는 인사 태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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