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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콜마, 美에 대규모 투자…중소기업까지 對中전략 궤도수정

한국콜마, 내년까지 북미기술영업센터 설립 등 계획

"中에만 의존땐 공장 멈출 수도"

코스맥스·코스메카코리아 등도 美 추가 투자 저울질

대기업도 中 의존도 축소...공급망 안전장치 마련 분주





코로나19 충격파에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탈중국 글로벌공급망(GVC) 구축에 한층 공을 들이고 있다.

대미 투자 확대를 결정한 한국콜마(161890)의 ‘탈(脫)중국’ 움직임은 예측 불허의 홍색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경영 판단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콜마의 경우 지금까지 중국 우시와 베이징의 대규모 공장이 생산 기지 역할을 한 데다 해외 법인 매출 역시 중국이 압도적이었다. 실제로 우시 공장의 규모는 7만 5,000㎡, 베이징은 3만 1,000㎡로 미국 올리펀트(2,000㎡), 캐나다 온타리오(3,200㎡)보다 외형면에서는 10~20배가량 크다. 다만 매출액 규모 면에서는 중국의 비중이 대미 수출과 비교해 2배가량 높은 정도에 그친다. 중국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000억 원가량인 반면 규모가 20분의 1에 불과한 미국 등 북미의 매출액은 5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전력난·물류대란 등 예측하지 못한 변수로 중국 내 생산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콜마의 대미 투자 확대는 최근 중국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콜마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비즈니스 허브로 오는 2022년까지 ‘북미기술영업센터’도 설립할 것”이라며 “또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PTP 공장 인근에 매입한 4만 5,000평 규모의 신규 공장 부지에는 북미 시장과 고객 니즈 분석에 따라 대대적인 생산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콜마를 비롯해 코스맥스(192820)·코스메카코리아 등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들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들 기업은 중국 투자와 함께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도 공장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코스맥스의 경우 중국에는 코스맥스 차이나(상하이)와 코스맥스 광저우(광저우), 미국에는 코스맥스 USA(오하이오 솔론)와 뉴월드 뷰티(뉴저지 카터릿) 등 법인을 세웠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중국에 코스메카차이나(핑후)·코스메카쑤저우(쑤저우), 미국에는 잉글우드랩(뉴저지 토토와) 해외 법인을 뒀다. 코스맥스와 코스메카코리아는 당장은 추가 투자 계획이 없지만 투자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선발 주자인 한국콜마의 대미 투자 확대 결정이 다른 경쟁 업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중국 리스크의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업종 중 하나가 화장품”이라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 개척과 다각화를 위해 미국 등 북미 공략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차이나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절감하고 있는 기업들은 속속 탈중국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공급 병목현상이 심화하거나 아예 글로벌공급망이 멈춰 설 경우 부품 조달은 물론 생산 라인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공급망 차질은 운임 비용 급증으로 이어져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한국콜마에 앞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현대차 등 대기업은 미국 등으로 생산 기지를 비롯해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이른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태가 되자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 중인 미국 신규 파운드리 투자도 조만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중국 공장에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배치하려는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는 등 미중 패권 전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건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결정 역시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전략산업 견제를 확대할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으로 GVC를 확대하고 나섰다. SK온과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독일·영국·스페인 등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유럽 2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기업들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의 전력난과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리스크가 확대되면 기업이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주요 기업들이 체감했다”고 전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중국 등에 크게 의존해온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글로벌공급망과 투자 재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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