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서 만년 조연이었던 소스가 주연 자리를 꿰차고 있다. 상품이나 브랜드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팬슈머(Fan+Consumer)'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요청을 마케팅에 적극 반영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최근 '집밥'이 보편화되면서 간편식과 냉동식품 등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다양한 소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한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기존 제품에 함께 동봉된 소스가 뛰어난 맛과 품질로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정식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소스 단독 출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제품은 '팔도 비빔장'이다. 기존 팔도 비빔면에 들어있는 액상스프의 노하우로 만든 요리용 특제 소스로, 지난 2017년 기업 블로그에서 진행했던 만우절 이벤트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요청으로 이어져 제품화됐다. 삼양식품은 한정판으로 선보인 불닭볶음면의 소스가 뜨거운 반응과 함께 완판되자 기존 액상 소스보다 매운맛을 높이고 단맛을 더한 '불닭소스'를 정식 출시했다. 최근에는 농심이 배홍동비빔면의 인기에 힘입어 '배홍동 만능소스'를 출시했다.
남은 치킨에 밥을 비벼 먹는 '치밥' 열풍에 치킨 양념이 단독 제품으로 나오기도 했다. 굽네치킨은 치밥 레시피로 가장 인기를 끈 '굽네 볼케이노'의 마그마 소스를 그대로 구현한 '굽네 볼케이노 소스'를 출시했고, '굽네 갈비천왕 소스'도 단독 제품으로 선보였다.
최근에는 간편식에서 독립한 소스도 나왔다. 26일 마켓컬리를 통해 출시되는 LF(093050)푸드의 '하코야 커리'는 '돈카츠&커리'와 '코로케&커리' 등 기존 하코야 간편식에 동봉된 별도 소스였지만, 매콤한 맛과 깊은 풍미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단독 제품으로 등장했다. 일본식 커리 3가지를 하코야만의 황금 비율로 배합해 매콤함이 살아있는 오사카식 정통 커리의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LF푸드 관계자는 "단순히 구매 활동을 넘어 기업과 제품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출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매출 증대로도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도 업계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제품을 활발히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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