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자유무역시대의 종언.. 인플레이션이 온다[양철민의 인더스트리]

美, 다자외교 통해 관세부과 등 中 압박

韓, 요소 등 中 의존 높은 제품 내재화

10월 수입물가 지수 13년만에 최고치

美의 中 압박 거세져.. WTO체제는 붕괴

무역의존도 63%에 달하는 韓..인플레이션 불가피





자유무역 시대는 끝나고,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인플레이션 시대의 도래인가. 미국이 글로벌 신규 통상질서 구축을 위해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을 압박하며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올들어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의 안보연합체인 ‘쿼드(QUAD)’의 사상 첫 정상회담을 개최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영국·호주·미국 등 3국간의 안보 협력체인 ‘오커스(AUKUS)’까지 출범시키며 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신규 통상질서 수립은 장기적으로 미국은 물론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실제 미국은 중국이 지난 1986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신청하며 개방을 본격화 한 이후, 값싼 중국산 제품 덕에 안정적 물가상승 속에서도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했던 이른바 ‘골디락스 경제’를 누려왔다. 반면 미국은 2018년 중국산 제품에 10∼25% 가량의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올해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대란까지 맞물리며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대비 6.2% 상승해 31년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 또한 이 같은 미국의 통상질서 재편에 공급망 대란 및 물가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이란 거인의 등에 올라타 가파른 경제성장을 구현해 냈다.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2년 카드사태 등 각종 어려움이 많았지만, 7%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했던 중국 덕분에 빠른 위기극복이 가능했다. 2020년만 하더라도 한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2,835억달러(한국의 무역흑자규모 603억달러)로,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의 3위 무역파트너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물론 지난 2015년 대중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732억달러였다는 점에서 한국의 이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이번 ‘요소수 대란’에서 살펴 볼 수 있듯 높은 중국 의존도는 한국 경제의 ‘약한고리’로 작용 중이다. 정부는 이 같은 차이나 리스크 회피를 위해 요소를 비롯한 주요 물자의 국내생산 등 내재화를 꾀한다. 낮은 비용으로 해외에서 물자를 조달하는 효율성 위주의 정책 보다는, 높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안정적 물자 조달을 추구하는 안정화 정책으로 선회하는 셈이다. 이 같은 내재화는 비용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문제만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 같은 우려까지 고려해 오는 25일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이유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 지수는 130.43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5.8% 뛰었다. 지난달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의 47.1%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해 “최근 원자재 공급 차질은 과거에는 본 적 없는 공급병목”이라며 “예상보다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지난 9월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물가 상승 추이가 보다 가팔라 질 것이라 내다봤다. OECD는 주요 20국(G20)의 올해 물가상승률을 지난 5월 3.5%로 전망했지만 9월 전망 당시에는 이를 3.7%로 높였다. 내년 물가 상승률 또한 지난 5월 3.4%에서 지난 9월 3.9%로 5개월새 상승률을 높게 전망하는 등 물가 상승이 한층 가팔라 질 것이라 내다봤다. 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 또한 각각 2.2%와 1.8%로 지난 5월 전망당시 보다 각각 0.4%포인트씩 높였다. OECD 측은 “물가 상방 압력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한국의 높은 무역의존도는 물가상승 우려를 한층 부추긴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지난 2019년 63.33%로 중국(32.05%), 일본(28.17%), 호주(30.44%)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으며 글로벌 통상 질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19.32%)과 비교해서는 세 배 이상이다. 글로벌 자유무역이 위축될 경우 내수시장이 어느 정도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여타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무역수지 악화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강상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자국의 물자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다른나라에 이를 수출금지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수입 물량제한 등으로 이에 다시 보복하는 사례 또한 늘어나고 있다”며 “결국 이 같은 수·출입 제한이 반복될 수록 물가는 계속 오를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중국 외에 여타 국가들이 자국의 자원을 앞세워 글로벌 무역질서를 흔들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요소수 공급망 교란으로 값싼 원자재 위주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국가들은 자신들이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을’이 아닌 ‘갑’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각국이 주요 원자재를 무기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은 더욱 심해지고 물가 상승률 추이 또한 보다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어려움 타개를 위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가입에 이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추진 등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 내년 대선 시 농민 지지율 하락을 우려한 여당의 반대로 CPTPP가입 신청을 못하는 등 난맥상이 누적되고 있다. 정부는 또 이달 말부터 닷새간 개최되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통해 세계 무역질서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무려 4년만에 열리는 이번 각료회의 또한 무력해진 WTO의 실체를 확인하는 자리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은 WTO가 각종 보조금과 무역보복 등으로 글로벌 무역질서를 어지럽히는 중국을 더욱 강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미국의 다자압박을 피하기 위해 되레 WTO 체제를 옹호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중국 압박은 시간이 갈수록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승인할 당시 중국이 자유무역체제에 편입되며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 전망했으나, 시진핑 주석 체제 들어 중국의 사회주의 시스템은 되레 견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정세 안정을 최우선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중국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관련해 아세안 국가와 꾸준히 마찰을 일으키고 있으며 대만과의 분쟁도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은 지난 2017년 기존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전환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기존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변경하며 대 중국 압박의 고삐를 놓지 않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중점을 둔 외교정책인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2일 국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첨단화 계획이 미국의 제동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에 대해 “첨단 기술로서 매우 민감하고 국가 안보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히며 ‘우리 편에 서라’는 확실한 신호를 주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