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중소기업에 대한 회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고 위원장이 회계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위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4회 회계의 날’ 행사에서 “소규모 상장 기업에 오는 2023년부터 적용할 예정인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 문제를 재검토하겠다”며 “이러한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외부감사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와 조속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각 기업이 회계 정보를 제대로 작성·전달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재무 통제 시스템을 뜻한다. 금융 당국은 지난 2018년 외감법 개정 이후 자산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의무화해왔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에서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인프라 구축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우려를 제기해왔다. 전사자원관리(ERP) 전산 구축은 물론이고 회계 관련 인력 채용에도 많은 지출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원래대로면 내년부터 자산 1,000억 원 이상 5,000억 원 미만 기업에, 2023년부터 자산 1,000억 원 미만 기업의 개별·별도 재무제표에 대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의무 감사가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날 고 위원장은 회계 정책에 대해 ‘기업 친화적’ 기조를 내비쳤다. 그는 “우리 기업들은 회계 개혁의 중요한 동반자”라며 “앞으로는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회계 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 중소기업에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살펴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국제 (회계) 기준과의 정합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소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할 방법이 있는지 한국회계기준원·한국공인회계사회 등 관계 기관과 함께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감사인 지정제에 따른 기업 부담도 줄여나가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기업들은 감사 보수 증가, 감사인의 보수적인 태도 등에 대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정 감사인에 대한 감독 강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감사인 지정제에 대한 보완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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