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완화를 위해 미국 측과 협의에 나섰다. 산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철강 관세 합의로 한국산 철강의 대미(對美)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주영준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철강·알루미늄 업계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미-EU 철강 관세 합의에 따른 수출 영향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철강협회를 비롯해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KG동부제철·세아제강 등 주요 대미(對美) 수출 철강사 11곳 및 한국비철금속협회가 참석한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테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로 시작된 철강 관세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미국은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부과해온 관세를 철폐하고 과거 수입 물량에 기초해 무관세 물량을 부여하기로 했다.
EU는 이에 호응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10%의 보복관세를 철회할 계획이다. 양측은 또 무역확장법 232조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을 종료하고, 2024년 철강 공급과잉 해소 및 탈탄소화를 위한 글로벌 협정 체결을 목표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철강업계는 이번 합의로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여건이 불리해졌다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 협상 당시 25%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주영준 실장은 “이번 합의로 EU산 철강의 대미 수출이 증가할 경우 우리 수출에 대한 일정부분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미국에 고품질 제품을 공급하는 공급망 협력국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맺어진 긴밀한 경제·안보 핵심 동맹국”이라며 “미국 정부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국내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조치 재검토 및 개선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산업부 담당 국장급을 워싱턴 D.C.에 파견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및 상무부와의 면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연내 한미간 고위급 협의를 계기로 232조 재검토 및 개선을 계속해서 요청할 방침이다. 한국 철강에 대한 기타 국가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수입 규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또한 현지 수요기업, 투자기업 등과 적극적인 아웃리치(접촉·설득) 활동을 전개해 한국산 철강재에도 232조 조치 완화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내 철강재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를 완화하면 미국의 경기 회복과 고용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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