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를 돕는 공제회를 출범시켰다. 회원들의 품앗이로 실업 부조, 퇴직금,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을 지원하는 상호부조 방식이다.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한 공제회가 출범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단체협약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해온 기존 노동운동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노동계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보호를 주장하며 불법 장외 투쟁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행보로 비교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출범식을 열었다. 소득이 불안정하고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충분히 보호 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가 대상이다. 현재 플랫폼 종사자는 179만 명, 프리랜서는 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공제회 주요 사업은 노동자의 자산 확대다. 공제회원이 시중은행 적금 상품에 가입하면 납입 금액 월 10만 원에 연간 최대 24만 원을 지원한다. 공제회원이 부상·질병·실업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또 공제회원의 치료와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직업훈련을 돕는다. 주요 사업 재원은 조합원 성금과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지원한 30억 원이다. 공제회는 연내 회원 1만 명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공제회 출범은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를 돕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용자와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던 기존 노동운동과 다른 방식이다. 공제회가 택배·배달 기사, 가사노동자 등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정부 주도로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별도 근로자로 볼지, 기존 근로자로 볼지 사용자성을 놓고 이견이 크다. 노동관계법으로 이들을 보호하는 체계가 만들어지기까지 공제회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을 지낸 김동만 공제회 초대 이사장은 “공제회는 새로운 노동자 운동의 도전과 같다”며 “노동자가 시혜적 보호를 받는 수동적 대상자가 아니라 경제적 이익 증진의 주체가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공제회 출범은 최근 정부와 대척점에서 강성 노동운동을 펼치고 있는 민주노총과 다른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10월 20일 총파업에 이어 내달 1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연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흔들 수 있다며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관련자에 대한 사법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화에 나서고 있다. 이날 공제회 출범식에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해 노사정이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틀을 유지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김동명 위원장은 지난 7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고용보험·산재보험에 가입해 최소한의 보호를 받도록 돕는 게 시급하다”며 “공제회는 조직된 노동이 할 수 있는 연대 방식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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