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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국정원의 미래, 정보공동체에서 찾아야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지난 2007년 3월 27일 국정원 초청으로 극비리에 방한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국방부 청사 앞에서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정보 수장의 동선 노출에 CIA는 비상이 걸렸고 결국 일정을 유출한 국방부 고위 관리는 해임됐다. 정보기관의 보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19일 개최된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 역시 사전에 시간은 물론 장소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박지원 국정원장은 어떤가. 수시로 기자들을 만나고 자신의 동선을 자랑하듯 밝혀왔다. 그러다 정치권에서 알게 된 30대 여성과 연루돼 정치 개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최근 박 원장을 입건했다. 민간인에게 특정 사실을 폭로하라고 종용한 소위 ‘제보 사주’ 혐의다. 정치적 중립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정보기관장이 그것도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공작 정치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국정원의 정치 개입 우려는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보 전문가도 아닌 정치인을 정권 마지막 국정원장으로 임명할 때부터 제기된 문제였다. 오해를 부르는, 처음부터 잘못된 인사다.



더 큰 문제는 지난 연말에 강행 처리된 국정원법 개악이다. 민주당은 정치 개입 근절을 위해 국내 정보 수집 권한을 없애고 대공수사권을 이관한다고 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특히 개정법에 ‘경제 질서 교란’에 관한 정보 수집을 끼워 넣었는데 대상과 범위가 모호해서 원하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해외 연계라는 조건을 뒀다지만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에 해외와 국내의 구별이 어디 있나. 부동산 안정을 이유로 일반인의 개인 정보를 캘 수 있고 경기 침체를 내세워 기업인이나 공적 기금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더구나 개정법은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사찰 우려 때문에 2014년에 신설된 일명 ‘정보관(IO) 파견 금지’ 조항을 삭제했고 관계 기관 및 단체에도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조항까지 만들었다. 민간인은 물론 공공 기관과 민간단체의 모든 정보가 국정원에 고스란히 쌓일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고 정보기관으로서 본연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국정원장 스스로가 언행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정보기관에 걸맞은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진국형 정보 공동체 시스템 도입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정보기관이 독점적 지위를 갖기보다 복수의 정보기관이 정보 공동체를 구성해 상호 협력과 견제를 하는 방법이다.

9·11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16개 정보 수사기관을 조정·통합하는 국가정보국(DNI)을 출범시킨 미국이나, 해외와 국내 정보를 분리한 영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해외와 국내 정보는 물론 정보평가국까지 독립시킨 호주 등이 모두 정보 공동체를 구성한 나라들이다. 선진국형 정보기관 모델에서 국정원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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