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센서라는 반도체, 많이 들어보셨죠? IT 기기 속 카메라의 눈 역할을 하는 핵심 칩인데요.
이미지 센서는 카메라 렌즈 뒤에 숨어 있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칩이 없으면 우리 일상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멋진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올릴 수 없고요. 운전할 땐 후방 카메라를 보며 간편하게 주차하는 것도 힘들어지겠죠.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미지센서. 그렇지만 성능은 사람의 눈을 닮아가며 점차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품질을 더 좋게, 값싸고 작게 만들어내려는 노력의 산물일 텐데요.
최근에는 이 시장에 상당히 공격적으로 진입 중인 삼성전자의 첨단 CMOS 이미지센서(CIS) 제조 기술 발표가 눈에 띕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은 지난 7일 열린 ‘2021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이미지센서 제조를 위해 '17나노 기반 핀펫(FinFET)' 공정을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핀펫은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연산 장치(트랜지스터)를 넣기 위해 D램과 CPU 제조에 활용했던 기술입니다. 이미지 센서 대량 양산에 이 기술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죠.
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삼성전자의 이미지 센서와 핀펫입니다. 과연 이미지 센서라는 녀석은 어떻게 생겼고, 1위 소니를 바짝 쫓는 삼성은 이미지 센서의 어떤 부분에 어떻게 핀펫을 도입해서 경쟁력을 가져 가려고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CMOS 이미지센서 구조부터 자세히 뜯어봅시다
먼저 CMOS 이미지센서 구조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미지센서는 말 그대로 카메라로 들어온 빛(아날로그 신호)으로 이미지를 센싱한 뒤, 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연산장치(CPU)로 전달하는 부품입니다. 작동 방식이 우리 눈과 똑같습니다. 동공을 통해 들어온 빛을 눈 뒤쪽 시신경 세포들이 인지해서 뇌로 보내는 것과 유사하게 동작합니다. 다만 이미지 센서가 출력하는 신호는 디지털이고, 사람의 시신경 세포는 아날로그라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그럼 이제 CMOS 이미지 센서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미지 센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빨강(R), 초록(G), 파랑(B)색 칸이 각 구역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아들입니다. 이들 데이터를 조합한 것이 색과 이미지죠. 우리는 각 색깔 칸을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 또는 ‘화소’라고 부릅니다.
삼성전자가 최근 2억 화소 이미지 센서 ‘아이소셀 HP1’을 발표했죠. 사각형 이미지 센서 안에 R,G,B,G 화소가 순서대로 2억 개 배열돼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면적에 화소 수가 더 촘촘하고 많이 배열될수록 이미지를 더욱 세밀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보더라도 깨짐 현상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큰 그림을 봤으니 이제 픽셀 속은 어떻게 생겼는지 들여다봅시다. 픽셀은 그림처럼 마이크로 렌즈, 컬러 필터, 포토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층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용어가 어렵지만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쉽습니다.
마이크로 렌즈는 픽셀이 빛을 인식하기 좋도록 빛을 조절하는 렌즈입니다. 컬러 필터는 이미지 센서로 들어오는 빛에서 특정 색을 분별해내기 위한 역할을 합니다. 컬러 필터가 없다면 이미지 센서를 거친다고 해도 흑백 사진만 나옵니다. 무색의 픽셀 위에 각각 빨강, 초록, 파랑색 셀로판지를 붙였다고 보면 쉽습니다.
다음은 픽셀의 핵심인 포토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입니다. 포토 다이오드는 픽셀 안으로 들어오는 빛 알갱이를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그런데 이 그릇, 참 똑똑합니다. 픽셀로 스며드는 빛 알갱이의 양과 세기 등을 파악해 전기 신호로 바꿀 수 있도록 전압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똑똑한 그릇이 될 수 있게 옆에서 제어하는 역할은 CMOS 방식의 트랜지스터가 맡습니다. 그릇의 뚜껑을 빠르게 열고 닫으면서 여러 번 빛의 성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요. 생성된 전기 신호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 전 대문(大門) 역할도 트랜지스터가 합니다. 통상 고급 CMOS 이미지센서의 경우 1개 포토다이오드에 3~4개 트랜지스터가 붙습니다.
그런데 이미지센서는 픽셀이 끝이 아닙니다. 수 억개 픽셀 아래에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아날로그-디지털 변환 장치인 ADC(Analog Digital Converter)가 있습니다. 픽셀에서 바뀐 전기 신호가 대문을 나와 배선을 타고 아래층 ADC에 도착하면, 집적된 트랜지스터들이 신호를 0과 1 디지털 신호로 변환합니다. 이 모든 일이 한 칩에서 일어납니다.
이미지센서 바로 뒤에는 이미지신호처리장치(ISP)라는 별도 칩이 붙습니다. 이 칩은 이미지 센서가 획득한 이미지를 예쁘게 보정하고 가다듬는 역할을 합니다. 또 다른 기능은 이미지 압축입니다. 예컨대 우리가 카카오톡 대화 중 고화질 이미지를 저용량 파일로 전환해 전송할 때, ISP가 사진 압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합니다.
ADC와 ISP는 아래에 또 등장하는 중요한 용어이니 꼭 기억해주세요.
◇삼성은 CIS의 어디에, 왜 핀펫을 적용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이미지 센서 어떤 부분에 핀펫을 적용한다는 건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핀펫의 콘셉트를 간단하게 알아봅시다. 핀펫은 평면(Planar·2D)이었던 트랜지스터 모양을 세로로 길쭉하게 세워서 3D로 만든 것을 말합니다. 마치 상어 지느러미를 닮았다고 해서 핀(Fin)이라는 단어를 붙였는데요.
평면일 때보다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면이 1개에서 3개로 늘어나고, 가로가 좁고 세로로 길쭉하니 같은 면적에도 훨씬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을 수 있는 혁신적 구조입니다. 핀펫으로 전력 효율성, 집적도 향상 모두를 잡을 수 있게 됐죠.
최시영 사장이 발표한 17나노 이미지센서 핀펫 공정은 ADC와 ISP 집적도 향상 및 ‘원칩화’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우리는 지난 8월 있었던 반도체 설계 기술 학회 ‘2021 핫칩스’ 삼성전자 발표 자료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초 출시한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GN2’ 공정에서 ADC와 ISP를 하나로 합쳤다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ADC는 기존에도 이미지 센서 구성 요소였는데, ISP는 이미지 센서 바로 뒤에 붙는 별개 칩이었습니다.
하지만 GN2에서는 ISP까지 이미지센서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기술을 구현했습니다. ADC 자리를 최소화해서 남은 자리에 ISP 기능을 집어 넣어 두 개의 칩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스마트폰 속에 스탑워치, 계산기, 알람시계 기능이 들어가면서 각종 물건을 살 필요가 없어진 것처럼 이미지 처리는 이미지 센서 딱 하나로 종결되면서 엄청난 비용 절감이 예상됩니다.
특히 GN2에서는 28나노 기술만을 활용했지만 이제는 집적도를 극대화할 14나노 핀펫 공정 및 28나노 배선 기술을 활용하니 기존 공정 대비 칩 집적도와 성능이 40%나 올라갑니다. 화소 수가 2억 화소보다 더 올라가더라도 원칩화가 가능해 공정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픽셀 포토 다이오드 주변에 붙은 3~4개의 트랜지스터의 경우 아직까지는 핀펫보다 2D 구조 트랜지스터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성과 성능 면에서 훨씬 낫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초미세 공정의 삼성 vs 화질의 소니
핀펫을 활용하면 ADC와 ISP를 하나로 합친 ‘원칩’을 구현하며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단점도 있기 마련입니다. 픽셀과 아래층 ADC 사이 정보 교환을 돕는 배선의 길이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센서 안에 픽셀과 ADC 밖에 없었기 때문에 두 층 간 배선 길이가 짧았습니다. 하지만 원칩화로 인해 ADC 영역이 쪼그라들면 멀리 있는 픽셀과 ADC 사이 통로 길이가 늘어납니다. 각종 노이즈가 침범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화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통로의 면적을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화소 수가 2억 개를 넘어가는 시대인 만큼 이 작업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떤 기술을 구사할 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발표한 핀펫 공정은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정은 이미지센서 업계 1위인 소니가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다는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소니는 특유의 ‘화질’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빛 알갱이를 담는 그릇(포토 다이오드) 면적을 웬만해선 줄이지 않고 기존 화소 수(3,000만 화소 정도인 것으로 알려집니다)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대신, 이 장점을 활용해 이미지의 화질을 극대화의 하자는 것이 전략이고요.
반면에 삼성전자는 픽셀 사이즈 초미세화로 깨짐 현상 없는 이미지 구현을 앞세우는 것이 차이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축적된 핀펫과 같은 첨단 공정으로 미세 화소 수와 원가 절감에 대응하고 있고요. 픽셀 소형화로 증가할 수 있는 노이즈를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아이소셀’ 등 다양한 차별화 기술로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미지센서 업계 1위를 다투는 삼성과 소니의 치열한 경쟁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지 기대됩니다.
◇CMOS 이미지센서 국내 제조 생태계도 관심을 가질 때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지 센서 기술 확보와 함께 생산 라인도 늘려가며 소니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이미지센서 전용라인인 화성 S4(옛 11라인)를 운영하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13라인을 이미지 센서 라인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굴지의 스마트폰 기업에게 납품할 이미지 센서를 생산하기 위해 라인 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핀펫 공정 라인도 이 곳에서 운영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한 가지 문제는 이미지센서를 만들 때 쓰이는 핵심 소재 대부분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밀한 가공이 필요한 마이크로 렌즈, 포토레지스트 등 컬러 필터를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기술과 공급망은 일본이나 유럽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지 센서를 구성하는 소재가 발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ADC와 ISP 트랜지스터가 핀펫 공정으로 자연스럽게 전환이 됐듯이, 컬러 필터와 렌즈 부분에서 어떤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 원천 기술을 국내 기업이 확보한다면 이미지 센서 생태계 발전과 국내 이미지 센서 경쟁력 확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송민규 동국대 교수는 “인간의 눈을 모방하려는 노력이 있는 이상, 이미지 센서 분야는 앞으로도 할 일이 굉장히 많이 남아있다”며 “한창 성장 중인 이미지센서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들려면 국가 차원의 요소 기술 투자도 적극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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