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값이 가파르게 뛰자 국내 ‘고물 시장’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고철, 폐지, 알루미늄 캔 등 값이 올해 초 대비 많게는 두 배 가까이 뛰자 일부에선 고물을 둘러싼 ‘쟁탈전’도 벌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재활용 시장 강세에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산업계의 걱정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분위기다.
5일 폐자원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고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폐지의 경우 현재 일선 고물상에서 1㎏당 약 15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1분기 80~90원 선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약 90% 정도 오른 값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 업체마다 거래되는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4월 전후로 뛰기 시작한 가격 상승세가 최근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일반 사람들이 볼 때 금액 단위가 크지 않아 별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폐지 업계에서 1㎏ 당 10원 차이도 크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값은 더 뛰었다. 재활용 캔의 경우 올해 초 1㎏당 300~400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최근 800원 선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알루미늄 분야에서 값이 가장 많이 나가는 알루미늄 샷시도 올 초 1㎏당 약 1,400원 선에서 최근 2,500원 선까지 상승했다. 고철 역시 같은 기간 약 70% 올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종류의 고철 중 가장 많이 처리되는 제품의 경우 올해 초보다 약 60~70%가 올랐다”며 “최근에는 재활용 옷값도 크게 오르고 있다”고 했다.
‘애물단지’ 취급받던 고물 값이 뛰자 일부에서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된다. 개인 화물용 차량을 몰고 나가 수집에 나서는 이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에 기존에 폐지 수집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노인들의 어려움은 가중됐고 일선 고물상도 ‘장물’이 넘어오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주말에 1톤 트럭을 몰고 나가 폐지, 고철 등을 모아도 10만 원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고물이 돈 된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생겨나 수집할 물건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분위기는 기본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원자재 시장을 보여주는 S&P GSCI 지수가 최근 한 달 간 약 9% 상승했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약 41.6%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 공급망이 무너진 상황에서 최근 산업용 수요가 살아나자 원자재 값이 폭등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산업계에선 이를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재활용 용품을 원재료로 쓰는 경우가 많아 원가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골판지 업계로 꼽힌다. 실제 폐지 가격 폭등에 골판지 원지 공급 업체들은 줄줄이 가격 인상을 알리고 있다. 가격 인상을 마지막까지 늦춰왔던 신대양제지까지 최근 톤당 7만 원씩 가격을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원지를 받아 박스를 만드는 등의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