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창동의 전용 38㎡짜리 한 빌라 매물이 지난달 경매 시장에 나왔다. 감정가가 1억1,000만원인 이 물건에 24명에 달하는 응찰자가 붙었고, 결국 감정가의 143%에 달하는 1억5,767만원에 낙찰됐다.
아파트에서 시작된 ‘경매 광풍’이 빌라 시장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내 집 마련’ 막차를 타려는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아파트 대체재 성격의 빌라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서울 빌라의 평균 낙찰가율은 97.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이후 13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수도권 빌라 평균 낙찰가율은 89.7%로 그 전달인 8월(79.7%) 대비 10%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이 수치는 올 들어 가장 높은 낙찰가율이기도 하다. 반면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9월 들어 소폭 하락했다. 8월 117.0%에서 9월 116.3%로 줄어든 것이다.
빌라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 수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달 평균 응찰자 수는 3.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월평균 평균 응찰자 수가 2.9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들어 빌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방증이다. 경매 거래 건수도 빌라가 아파트를 훨씬 웃돈다. 9월 경매시장에 나온 서울 빌라 매물은 총 277건. 하지만 아파트는 이의 9분의 1 수준인 31건에 그쳤다.
경매시장 뿐 아니라 매매시장에서도 빌라의 인기가 높다. 올해 들어 9개월째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추월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9월 서울 빌라 매매거래 건수(10월1일 기준)는 2,259건이다. 아직 통계 집계 기간이 한 달여 남기는 했지만 아파트 거래량(1,232건)보다 1,000건 이상 많다. 8월도 빌라 4,441건, 아파트 4,158건으로 빌라 매매 건수가 300건가량 많았다.
통상적으로 주택 시장에서 빌라보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기 때문에 월간 아파트 거래량은 빌라보다 2~3배 많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매매가·전세가 동반 상승으로 아파트 시장에서 내몰린 수요자들이 차선책으로 빌라 매수에 나서며 거래가 부쩍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도 빌라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
빌라에 대한 수요 증가는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빌라(연립·다세대)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113.1을 기록하며 관련 통계가 시작된 지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0부터 200까지의 숫자로 표현되는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시장에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서울 내 공급은 부족한데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대출 또한 막히다 보니 자금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저렴했던 빌라마저 가격이 오르면 서민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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