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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UAM·수소에 車전장, 반도체까지···광폭 투자로 영토 확장하는 한화[뒷북비즈]

트루윈과 차량용 반도체 설비 구축...정밀 센서 생산

자율주행차의 눈 '나이트 비전' 센서 등 생산...AI반도체 투자도 추진

수전해 개발 및 수소 탱크 업체 시마론 인수 등 수소밸류체인도 구축

우주·UAM 등 항공우주 시장도 '선점' 나서

김동관 사장 진두지휘 아래 과감한 M&A와 투자 단행

방산 노하우 활용...미래 혁신산업으로 사업 영역 확대


방산기업인 한화그룹이 우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수소에 이어 자동차 전장사업과 반도체까지 사업 영역을 대거 확대하고 있다. (주)한화의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의 지휘하에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면서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의 뒤를 이어 제2의 한화 부흥기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코로나19 이후 핵심 산업으로 부상한 반도체 분야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15일 한화시스템은 차량용 센서업체 트루윈과 합작사를 세우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이 합작사는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불리는 나이트비전 핵심 부품인 적외선(IR) 센서 등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반도체 설비를 구축하고 최첨단 IR 센서를 비롯해 △자기유도방식 근접감지 센서(EPS) △압력 센서(IPS) △고온측정 센서(HTS) 등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EPS, IPS 등 센서는 트루윈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에도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나이트비전은 적외선을 통해 야간에도 사물을 명확히 식별하는 장치로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으로 장착되는 장치다. 나이트비전은 한화디펜스가 호주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전투용 장갑차 ‘레드백’에도 장착돼 있다. 방산부문에서 키운 기술력을 토대로 반도체와 자동차 전장 시장에 동시 진출하는 셈이다.

한화그룹은 인공지능(AI) 기기에 들어가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반도체 투자도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계열사인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는 최근 사내에 NPU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했다. NPU는 AI 시대에 각광 받는 반도체로 사람의 뇌신경망과 유사한 구조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뉴럴 프로세싱 유닛’이라고도 불린다. 한화임팩트는 최근 반도체 개발 관련 직원 채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임팩트는 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를 수소 중심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와 정보기술(IT) 융합, 차세대 데이터 저장기술 등 미래 혁신기술로 확대한다는 의미에서 한화종합화학에서 사명을 바꾼 계열사다.

지난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2021수소모빌리티+쇼' 개막에 앞서 열린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주요기업 총수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허세홍 GS그룹 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류션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고양=이호재기자




실제 한화그룹은 최근 수소와 친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그린에너지 부문인 한화큐셀은 최근 국내 생산 및 연구시설에 오는 2025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고출력 제품 생산을 위한 라인 전환과 차세대 기술 등에 투자해 기술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에 위치한 태양광 셀·모듈 공장의 생산능력도 기존 4.5GW(기가와트)에서 2025년까지 7.6GW로 확대한다. 한화솔루션은 프랑스 재생에너지 개발업체 RES프랑스 지분을 100%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미국 에너지 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 업체 젤리(그로윙 에너지 랩스) 지분 과 미국 수소 고압탱크 업체 시마론 지분을 각각 100%를 인수했다. 올해 7월엔 OLED(유기발광다이아오드) 소재 기술 업체인 더블유오에스 지분도 100% 인수했다. 이들 인수 기업 면면들을 보면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풍력를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와 수소, 유망 소재까지 광범위하게 사업을 구상중임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소밸류체인 구축이다. 우선 한화솔루션 수소기술연구센터는 전력 소모가 많은 기존 수전해 기술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기술(AEMEC)’도 개발하고 있다.

한화임팩트도 액화천연가스(LNG) 가스터빈을 구소 가스터빈으로 전환하는 수소혼소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를 인수하는 등 수소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한화파워시스템은 한국가스공사(KOGAS)가 수행 중인 복합에너지 허브 구축 사업의 수소충전 시스템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압축기, 고압용기, 냉각장치 등 기자재를 컨테이너 안에 설치하는 패키지형 수소충전 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한다. 한화에너지는 충남 서산시 대산산업단지에 부생수소를 활용한 세계최초, 세계최대 규모의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50MW 규모로 연간 40만MWh의 전력을 생산해 충남지역 약 16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각 계열사들의 수소 사업을 보면 한화그룹은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의 전 분야를 아우르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전해 기술은 수소의 생산, 시마론 인수는 수소의 저장과 운송, 미국 PSM과 토마센에너지 인수 및 수소혼소 기술은 수소의 활용에 해당한다.

김동관 사장은 최근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서 "한화그룹은 신재생에너지 전력과 수전해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그린수소의 공급부터 압축, 충전 발전 및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UAM, 위성통신 사업은 주로 전통 방산 계열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김동관 사장이 그룹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의 팀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직까지 맡은 것은 우주 사업에 대한 그룹의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수사업은 항공우주사업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977년 삼성정밀공업주식회사로 시작한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다. 이 회사는 올 초 인공위성 전문 기업 쎄트렉아이 지분 20%를 전격 인수했다. 쎄트렉아이는 우리나라 최초 위성 ‘우리별 1호’를 개발한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 인력이 설립한 위성 전문 기업이다. 위성 본체, 지상 시스템 등 핵심 구성품을 개발, 제조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다음달 21일 우주로 발사되는 누리호의 엔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작품이다. 지난 2013년 나로호 발사를 성공할 때까지만 해도 국내 우주 발사체는 러시아 기술에 의존했다. 하지만 누리호는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발사체다. 누리호의 1단과 2단에 사용되는 75톤급 엔진 5기, 3단에 사용되는 7톤급 엔진 1기까지 총 6기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7번째로 75톤급 엔진 개발 및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공위성과 이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리는 발사체 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된 것이다.

한화시스템이 투자한 우주 인터넷 기업 '원웹'의 위성이 카자흐스탄 바이코르누르 우주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연합뉴스


한화시스템도 우주 기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영국 위성통신 업체 페이저솔루션(현 하화페이저)을 인수했으며, 3,450억원을 투자해 영국 위성통신 서비스 업체 원웹 지분 8.8%도 사들였다. 한화시스템은 이 투자로 일본 소프트뱅크, 세계 3대 이동통신사 바르티, 세계 3대 위성통신 기업 유텔샛과 함께 원웹의 이사진이 됐다. 원웹은 2019년 세계 최초로 우주인터넷용 위성을 발사할 정도로 우주인터넷 사업 선두 주자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저궤도 위성을 이용한 우주인터넷 사업 계획을 발표해왔지만 실제로 위성을 띄운 것은 ‘원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뿐이다.

UAM사업도 우주 사업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9년 미국 에어택시 개발업체 오버에어 지분투자를 시작으로 UAM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버에어가 개발중인 에어택시 ‘버터플라이’는 이르면 2025년 에어택시 기체 시범 운용에 나설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3월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해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저궤도 위성통신에 5,000억원, 에어모빌리티(UAM)에 4,500억원,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2,5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원웹 지분 8.8% 인수도 이 자금에서 조달했으며, 앞으로 UAM 등에 대한 투자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과 미국 오버에어가 개발 중인 개인용 비행체(PAV) '버터플라이' 이미지./사진제공=한화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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