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방만한 시민 단체 지원 사업을 청산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지난 10년간 민간 보조금과 민간 위탁금으로 시민사회와 시민 단체에 지원된 총금액이 1조 원 가까이 된다”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는 “시민의 혈세로 유지되는 서울시 곳간이 시민 단체 전용 현금인출기(ATM)로 전락해갔다”고 말했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에 이뤄진 시민 단체 지원 사업을 대수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시민 참여’를 내세운 ‘마을공동체 사업’이 대표적인 ‘신(新)적폐’ 사례다. 시에는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자치구에는 ‘마을자치센터’를 각각 설립해 시민 단체들이 운영하도록 했다. 종합지원센터장을 지낸 인사는 아예 시 과장급 공무원으로 채용돼 자신이 일하던 단체 등에 예산을 배정했다. 이 사업에 10년간 투입된 예산 1,300억 원의 절반가량이 인건비였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시 예산이 불투명하게 집행돼 일부 기업들의 ‘나눠 먹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가 수백억 원 규모의 태양광 보급 사업에서 친여 성향 인사들이 속한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개발이익 공공 환수’를 내세워 시행한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수백억 원 이상의 배당금이 ‘화천대유’ 등 특정 업체에 집중됐는데 업체와 이 지사 측의 연계 의혹이 제기됐다. 이 지사는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사업”이라고 반박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 단체 지원 사업의 부조리를 꼼꼼히 조사한 뒤 법적 책임을 묻고 혈세 낭비를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장동 사업에서도 이익이 시민 몫으로 제대로 환수됐는지 여부에 대해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시민’을 내세워 시민의 혈세를 제멋대로 써버리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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