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을 접고 펼 때 움직일 수밖에 없는 힌지를 철저하게 방수하기 위해 자전거 체인까지 들여다 본 결과 해답을 얻었습니다.” (문희철 삼성전자(005930) 선행기구개발그룹 프로)
지난 달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3·플립3의 기구구조 개발을 담당한 문 프로는 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폴더블폰에 최초 적용된 방수·방진 IPX8 등급을 구현하기까지 가장 애를 먹인 부분도, 가장 공을 들인 부분도 힌지였다고 밝혔다. 그는 “힌지를 방수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비가 오는 날 자전거 체인에 물이 튀어도 돌아가는 데 문제가 없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윤활제를 발라 힌지를 수분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으로 마침내 방수 구현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힌지는 폴더블 폰을 접고 펴는 데 있어 필수적인 존재지만 기능 상 움직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영역으로, 폴더블 방수 난이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또 폴더블폰은 기존 바(막대) 형태 스마트폰이 두 개 있는 것을 힌지로 연결한 셈이기 때문에 회로도 좌우 또는 상하 2개로 분리돼 있어 방수 구현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스피커·마이크 등 보이는 구멍부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물 샐 틈을 찾아내는 게 가장 큰 시험이었다"며 “특히 크기가 다른 구멍을 방수하는 게 어려웠다”고 전했다. 문 프로는 폴더블에 들어가는 크기가 다른 구멍을 가전제품의 배수관에 비유했다. 기기에 연결된 배수관과 직경이 다른 배수관을 서로 연결할 때 그 두 배수관이 접하는 부위를 밀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내부적으로 개발한 소재와 미세 공정을 통해 완전히 밀봉에 성공했다. 그 결과 이번 Z 시리즈는 수심 1.5m 깊이에서도 30분간 견딜 수 있게 됐다.
Z 폴드3·플립3는 폴더블 최초로 IPX8 등급을 달성해 주목 받았지만 사실 방수 만큼이나 내부적으로 중요한 미션은 내구성 강화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Z 시리즈를 통해 폴더블을 대중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디자인이나 기능도 중요하지만 이용자들이 일반 바 형태의 스마트폰처럼 폴더블을 안심하고 쓰려면 찍힘과 긁힘에도 견딜 수 있게 내구성을 높여야 했다. 이를 위해 강한 소재를 찾아내야 했다. 그렇게 새로 개발한 합금이 스마트폰 알루미늄 소재 중 가장 강하다고 꼽히는 ‘아머 알루미늄’이었다. 조성호 선행 CMF 랩 프로는 “폴더블 제품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소재를 연구한 결과 강도는 높이고 무게는 줄인 ‘아머 알루미늄’ 을 개발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알루미늄 뿐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지속 연구하며 혁신을 이어나가 내구성을 높이고 더 가벼운 제품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내구성 시험의 일환으로 프랑스의 오랜 역사를 가진 인증 기관인 뷰로 베리타스에서 20만 번에 달하는 폴딩테스트도 거쳤다. 최병석 전략제품PP그룹 프로는 “20만 번의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건 이용자가 폴더블 폰을 하루 평균 100번 열고 닫는다고 가정했을 때 5년 넘게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며 “내부 충격테스트를 통해 제품 낙하 때 생길 수 있는 변형·찍힘을 전작 대비 10% 가량 줄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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