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앨범은 일종의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앨범 커버를 담당한 아티스트도 바뀌고, 음악은 좀 더 에너지를 담으면서도 가볍고 쉬워진 느낌이 있죠. 2019년 정규앨범을 낸 후 미국·유럽 공연 등 여러 계획을 세운 것이 코로나19로 취소됐는데, 활동 공백이 길어지다 보니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7년 ‘커머셜 인디’라는 노선을 표방하며 데뷔한 아도이(ADOY). 생소한 이름의 이 밴드는 기억되기 쉬운 멜로디, 감각적 사운드에 청춘의 희로애락이 묻어나는 순간을 포착한 가사를 얹어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대중성과 음악적 완성도를 겸비한 곡들로 마니아 층을 넓혀 온 아도이가 최근 새 미니앨범(EP) ‘Her’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생긴 비자발적 공백기 끝에 다시 기지개를 켠 아도이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21일 앨범 발매를 기념해 콘서트를 열었던 것도 누구라도 뭔가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 앨범은 이들의 ‘커머셜 인디’ 노선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다소의 변화를 줬다. 우선 앨범 커버에는 그간 함께 해 온 작가 아오키지(Aokizy) 대신 뉴욕타임스(NYT)에서 활동하는 스페인의 일러스트레이터 아그네스 리카트의 작품을 실었다. 이전 앨범들이 개별 곡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하나의 스토리를 짠 듯 수록곡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점이 눈에 띈다. 기존 밴드의 색깔과 가장 비슷한 타이틀곡 ‘심플리’(Simply)로 시작한 앨범은 질주하는 느낌의 ‘안티히어로’(Antihero), ‘세인트’(Saint)를 거쳐 선공개한 곡 ‘베이비’를 지나 조금씩 하강하는 느낌을 준다. 밴드의 사운드를 책임지는 키보디스트 지(Zee)는 이런 구성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통일성이 있다고 느꼈다면 다행”이라며 “6곡 모두 같은 느낌을 주기보다 그 속에서 다채로운 느낌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도이는 새소년과 더불어 이른바 ‘K팝 아이돌’이 아니어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는 이들의 음악을 듣는 이용자 수가 월 26만여 명에 이른다. 국내 뿐 아니라 일본·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도 팬덤을 쌓았기에 가능한 결과다. 데뷔 당시 미국, 일본 등지의 문을 두드렸지만 성과가 없었던 이들은 2019년 정규 1집 ‘비비드’(VIVID)를 낸 후 일본 도쿄 타워레코드, HMV 등에 전용 매대가 생기고 팬 사인회를 열 정도로 성장했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비슷한 음악적 성향을 보이는 뮤지션이 적지 않다. 멤버 오주환은 “남들보다 앞서서 방향성을 시도한 것 같긴 하다”며 “저희가 ‘커머셜 인디’라는 말을 대표하는 밴드로 알려진 걸 보면, 말을 뱉은 대로 되는구나 싶다”며 웃었다. 이제 아도이의 목표는 해외에서도 국내와 같은 구성과 연출로 공연을 하는 것이다. 오주환은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대만 팬들에게도 국내 콘서트와 같은 느낌을 그대로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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