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1일 회사 매각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거래 상대방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한앤코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홍 회장 측이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고 폭로하며 맞불을 놓았다. 매각 계약을 석 달 만에 뒤집은 남양유업(003920)은 법원이 오너 일가 보유 지분에 처분 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린 것도 늦장 공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앤코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전자 등록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8월 23일 인용했다. 법원은 이 같은 내용의 우편을 남양유업 본사로 지난달 26일 발송했으며 오너 일가 및 회사 측은 30일 이를 열람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한앤코의 가처분 신청 사실만 밝히고 주요 사항인 ‘인용’은 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공시에는 ‘한앤코19호에서 홍원식 외 1인에 대해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만 언급돼 있다. 홍 회장측이 사실관계를 고의 누락하거나 축소한 셈이다. 한국거래소도 이에 남양유업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할 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거래소 심사에서 고의 중과실로 판단될 경우 회사 측이 높은 벌점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양유업의 고의 혹은 늦장 대응으로 주주들이 주요 투자 정보를 뒤늦게 알게 된 것도 적잖은 문제로 거론된다.
남양유업이 한앤코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오너측 입장을 고려해 공시를 축소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 홍 회장은 이날 언론을 통해 한앤코와 매각계약 해제를 공식 선언했다. 법원에서 가처분 결정을 통보받았는데 먼저 계약 해제부터 공식화한 셈이다. 홍 회장을 대리하는 LKB앤파트너스는 “처분 금지 가처분만으로는 주식 이전의 효과가 전혀 없다”며 “계약 해제 이전에 일방적으로 신청한 가처분에 대해 즉각 대응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홍 회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됐던 사항에 한해서만 이행을 요청했지만 한앤코 측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며 한앤코가 약속된 조건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백미당 사업 분할 및 일가족의 남양유업 내 지위 보장 등의 문제로 한앤코와 갈등이 커진 것으로 추정해왔다. 홍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남양유업에 복직해 이들을 위한 사업체 분할 또는 지위 보장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앤코는 그간 논란이 됐던 ‘선결 조건’에 가격 재협상안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사실상 이면 계약에 해당하는데 홍 회장 측이 이런 무리한 부탁을 해왔다는 주장이다. 한앤코는 “당사가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이라며 제안했고 이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양유업 오너 일가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브랜드 가치 하락은 물론 불매 움직임도 감지된다. 홍 회장과 한앤코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자 이날 회사 주가는 3.72% 하락한 54만 4,0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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