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 있는 지적장애인이 성범죄를 저질렀다면 시설운영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이 1일 밝혔다.
공단은 창원지법 예지희 판사는 지적장애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어린이와 그 어머니 A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가해자와 시설장은 공동으로 모녀에게 1,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다고 밝혔다.
장애인그룹홈은 아파트, 빌라 등 공동주택에서 지적장애인이 4명까지 같이 살면서 자립과 사회적응을 익히는 곳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A씨의 딸(당시 만 7세)는 2019년 6월 경남 김해시 한 아파트에서 친구의 행방을 묻기 위해 장애인그룹홈 초인종을 눌렀다가 현관문을 열고 나온 지적장애인 B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이로 인해 B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미성년자 강제추행)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어머니 A씨는 이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B씨와 장애인그룹홈 시설장인 C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A씨는 B씨와 C씨를 상대로 4,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B씨는 지적장애 2급의 책임 무능력자이므로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씨는 자신도 뇌경색 장애인으로서 온전한 신체활동 능력이 부족한 데다, B씨의 범행은 충동범죄로서 불가항력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신도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B씨가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책임무능력자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C씨에 대해서는 “뇌경색환자라는 이유만으로는 주의 의무를 다 한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B씨의 지적 수준이 현저히 낮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C씨의 경제적 능력이 여의치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은 1,300만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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