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진피앤피, 태림페이퍼, 전주페이퍼 등에 이어 아세아제지(002310)도 원지 가격을 인상한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원지 수급이 불안정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가격 인상의 이유가 기업공개(IPO)를 앞둔 업체들 중심으로 이뤄져 자금조달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제지는 지난 26일 거래처에 골판지 원지 가격을 톤당 6만 원 인상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경산제지와 대림제지(017650) 역시 지난주 인상안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아세아제지, 경산제지 등은 원지 가격 인상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아진피앤피, 태림페이퍼, 전주페이퍼가 원지 가격 인상을 추진하면서 아세아제지 역시 덩달아 가격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원지 가격 인상안은 골판지 업체들과 협상을 통해 다음달께 확정될 전망이다. 만약 가격 인상이 수용되면 지난 1년 여간 가격이 3번 인상되는 셈이다. 골판지 원지 가격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각각 25%, 15% 가량 상승했다. 반년 사이 벌써 43% 가격이 뛰었는데 여기서 13% 안팎 인상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골판지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골판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수급 불안정으로 인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골판지 원지의 7%를 공급하고 있는 대양제지 공장에 지난해 10월 화재가 나 수급이 불안정한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택배 수요 증가로 골판지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고 폐골판지 가격이 지난달 kg당 13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폭등하며 원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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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골판지 생산업계에서는 가격 상승 요인은 이미 지난 2차례의 원지 가격 인상에 충분히 반영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때문에 실제 가격 상승 요인보다는 IPO를 위한 포석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골판지 생산 기업 관계자는 "택배 수요 등은 이미 정점에 올라와 있는 수준으로 포장재 역시 폴리백, 프레시백 등 대체 수요가 많아지면서 골판지 원지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또 핵심 원자재 중 하나인 펄프 가격도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원지 기업들의 최근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과도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 태림페이퍼의 지난해 매출액은 7,433억원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소폭 감소했지만 738억 원을 기록하며 양호한 실적을 이어갔다. 아진피앤피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14% 증가한 1,912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실적은 원지 가격 상승분이 본격 반영되지 않을 때라 올해 실적은 더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대림제지, 아세아제지 등 상반기 실적이 공개된 기업들은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대림제지와 아세아제지의 상반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91.1%, 97.5%를 보였다. 아세아제지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4,515억원, 66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가격 인상 추진이 기업의 상장과 경영권 매각 이슈와 관련이 있지 않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하반기 인상을 주도한 아진피앤피와 태림페이퍼는 모두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익 수준이 높을수록 자금조달 규모도 커지고 기존 기관투자자의 수익도 높아지기 때문에 일단 외형을 최대한 키우기 위해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모펀드(PEF)가 2008년 인수한 전주페이퍼는 하루라도 빨리 경영권 매각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세아제지 등 기존 골판지 관련 상장사 주가가 10년래 최고치라 연말이나 내년 초가 골판지 기업들의 상장 적기”라며 “연이은 원지 가격 상승은 골판지 수요·원가 요소뿐 아니라 상장·매각 등 자본시장 변수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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