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면죄부로 논란을 빚었던 공정거래위원회 자진시정안(동의의결)의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29일 국회와 공정위 등에 따르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동의의결을 신청하면 본 사건의 처분시효가 정지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동의의결은 조사 대상 기업이 소비자·거래 상대방의 피해 구제를 위해 자진해서 내놓은 시정 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할 경우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여당은 동의의결 절차 진행 중 본 사건 처분시효를 정지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어 기업이 동의의결을 통해 '시간 끌기'를 하며 제재를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시정조치·과징금은 위반 행위 종료일부터 7년이 지나면 부과할 수 없다. 기업이 공정위로부터 동의의결 개시 결정을 받은 뒤 결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7년 시효가 끝나면 기업은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번 법안은 동의의결 신청 시 처분시효 자체를 정지시키겠다는 의미다.
앞서 애플코리아는 지난 2016년부터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 등을 떠넘겨온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는 가운데 2019년 7월 돌연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은 올 1월 27일 확정됐고 7월 27일 이동통신 3사와 변경계약을 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애플코리아의 연간 추정 광고비가 200억~30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동의의결 이후 2021년 6월까지 애플코리아가 이통3사에 전가한 광고비는 400억~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2월 갑질 혐의를 받던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 확정 내용을 발표하면서 "동의의결 신청 후 최종 확정까지 약 19개월이 소요돼 당초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라며 "동의의결 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각종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해왔는데 그 중 처분시효 문제의 경우 오 의원의 개정안이 해법이 될 것으로 보고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동의의결 신청 시점을 현재의 '최종 심의일 전까지'에서 '심사 보고서 발송 후 피심인이 의견서를 제출할 때' 등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다만 대부분의 동의의결 신청이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들어온 점, 동의의결 활성화 취지에 역행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이 방안은 사실상 폐기한 상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