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학회지와 학술 대회에서 발표하는 논문을 보면 양적·질적으로 영국이나 독일과 함께 세계 3·4위권이지만 1·2위인 중국·미국에 비해서는 격차가 상당히 큽니다. 그럼에도 AI 교수나 학생이 모두 부족해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맞추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학회지인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패턴 분석과 머신지능(TPAMI)’의 신임 편집장으로 선임된 이경무(59·사진) 서울대 AI대학원 원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2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AI 이론 연구와 언어지능 쪽은 가야 할 길이 좀 멀지만 시각지능(컴퓨터 비전)은 강해 전반적으로 위상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2019년 세계 최고 AI 학술 대회인 ‘ICCV 2019’가 서울에서 열릴 때 조직위원장을 맡았으며 현재 IEEE 석학회원(펠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한국공학한림원 일반회원이다.
그가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사령탑을 맡게 되는 TPAMI는 피인용지수(IF·임팩트 팩터)가 16.389에 이를 정도로 영향력이 매우 크다. 매년 1,800여 편의 논문이 제출돼 20%만 게재가 허용된다. 이 원장은 “AI뿐 아니라 컴퓨터 사이언스, 전기전자에서도 영향력이 가장 큰 저널”이라며 “제가 편집장을 맡은 것은 AI 분야에서 우리의 학문 위상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연구를 지향하고 성과를 확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난 5년간 이 학술지의 부편집장으로 활동한 바 있는 그는 내년부터 2년간 편집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이 원장은 “세계적으로 인재들이 AI에 몰리는 상황에서 중국·미국과의 상당히 큰 AI 격차를 줄여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국내에서 요즘 젊은 AI 연구자 중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늘고 있으나 여전히 대학에서 기업의 AI 인력이나 기술 수요를 맞춰줄 정도로 교수나 석·박사급 인력이 갖춰져 있지 못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당장 대학에서 교육과 산학 협력을 할 AI 관련 교수가 부족한 데다 해외에서 인재를 유치할 여건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학생 정원의 경우에도 서울대를 예로 들며 학부 컴퓨터공학부(연 70명)나 지난해 2학기 문을 연 AI대학원(연 53명) 모두 기업 수요를 맞추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학교에서 좋은 AI 교수를 유치할 수 있게 학교도 노력해야 하지만 정부도 환경을 조성해줬으면 좋겠다”며 “교수 티오와 학생 정원을 획기적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기업 수요에 대응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평소 대학의 기술 사업화를 강조하는 그는 2018년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을 때 연구했던 영상 초해상도 기술을 AI 영상기반 스타트업(에스프레소미디어, 스누 AII랩)에 이전해 사업화를 돕고 있다. 그는 “AI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저해상도 영상을 확대해도 선명하게 복원할 수 있다”며 “CCTV는 물론 MRI·CT 등 의료 영상, 위성 영상, 나아가 자율주행차·로봇·드론 영상 분석에 적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만 교수나 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고무적인데 인수합병(M&A) 활성화 등 창업 생태계를 잘 성숙시키는 것이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학에서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기술 기반 창업 사례가 늘어나야 양질의 일자리 증가 등 국가 경제에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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