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X그룹 회장이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 집무실을 꾸리고 회사 반도체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긴다. 구 회장은 LG그룹 시절 LG반도체 대표이사, LG 필립스LCD 대표이사를 거치며 첨단 부품 사업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구 회장은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 별도의 집무실을 꾸리고 수시로 이곳을 들러 회사의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LX세미콘 양재캠퍼스는 LG전자와 ‘한 지붕 두 살림’을 하고 있는 곳으로 회사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R&D)은 물론 칩 성능 테스트도 가능하다. 손보익 LX세미콘 대표이사도 이곳에서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총수가 본사가 아닌 계열사에 따로 집무실을 두고 해당 회사 사업을 구석구석 점검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구 회장이 LX세미콘 사업에 관심이 많고 회사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LG그룹의 계열 분리 당시 LG의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였던 실리콘웍스를 LX에 포함시켰다. 이후 지난 7월 이 회사는 LX세미콘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구 회장은 올 5월부터 미등기임원으로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구 회장은 업계에서 ‘반도체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85년 LG반도체 전신이었던 금성반도체를 시작으로 LG반도체 대표이사, LG 필립스LCD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그룹의 첨단 부품 산업을 이끌었다. 당시 구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관련 전문 지식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1999년 LG반도체를 현대전자로 매각한 후에도 늘 반도체 산업에 대해 애정 어린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구 회장이 LX세미콘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며 회사 성장을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 패널을 작동할 때 쓰이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이 주력이다. 지난해 연매출 1조 원을 넘긴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8,500억 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주로 LG디스플레이에 제품을 납품해왔다. 하지만 LX 계열사 편입 이후 다양한 칩 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 등 국내 정보기술(IT) 회사, 글로벌 모바일 회사를 겨냥한 판로를 본격 확대하며 덩치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DDI 외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해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트 실리콘’으로 불리는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전력 반도체,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으로 자동차 전자장치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활발하게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회사는 4분기 경력 채용에서 반도체 제품군 확대 및 신사업 추진 목적으로 M&A를 수행할 직원을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반도체와 첨단 부품 관련 탁월한 전문 지식을 갖춘 만큼 LX세미콘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사업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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