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대출 갈아타기 시장을 놓고 시중은행과 ‘빅테크’의 맞대결이 올 10월께 시작된다. 시중은행은 수수료가 없는 독자적 ‘비교 플랫폼’ 구축을 예고하고 있다. 카카오와 토스 등 빅테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를 통한 ‘맞춤형 비교’로 이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뺏으려는 빅테크와 지키려는 시중은행의 대결이 어떻게 결론 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금융 당국 및 금융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대출 비교 서비스를 개발한 뒤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이란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 상품을 한데 모아 쉽게 대환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금융결제원이 구축하고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에 대출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비교 플랫폼을 연동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금리가 낮은 대출을 검색한 뒤 100% 비대면으로 대출까지 갈아탈 수 있는 셈이다.
당초 이 비교 플랫폼에는 카카오페이나 토스·핀크 등 이미 대출 비교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2~3곳이 참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빅테크 종속을 우려한 시중은행이 독자적 비교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결론을 내리면서 구도가 뒤바뀌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기존 가계대출 시장뿐만 아니라 플랫폼에서 파생되는 비교 서비스 시장에서까지 기존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맞대결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우선 시중은행이 개발하고 있는 대출 비교 서비스의 경쟁력은 금리다. 비영리법인이 서비스 운영의 주체가 되는 만큼 해당 서비스에 대출 상품을 노출하는 금융기관이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강점이다. 현재 핀테크 업체가 운영하는 대출 비교 서비스의 중개 수수료는 시중은행이 0.4%(대출 금액 기준) 안팎, 제2금융권은 1.5~2%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그만큼 낮은 금리의 대환대출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카카오페이나 토스·핀다 등의 서비스는 맞춤형 비교가 가능하다. 이미 금융 당국에 마이데이터 사업 승인을 받은 만큼 고객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상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비교 서비스는 마이데이터 허가 대신 ‘대출 열람권’이라는 제한적 수단을 통해 구축된다. 그만큼 개별 소비자의 여건에 맞춰 입체적으로 상품을 비교하기가 어렵다.
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은 마이데이터 승인 없이 대출 열람권을 근거로 대출 비교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비영리법인이 운영 주체인 만큼 참여 금융기관이 최소한의 운영 비용만 내면 수수료 없이 서비스에 대출 상품을 노출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시중은행 측은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대출 비교 서비스의 문을 제2금융권에도 열어 놓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지주 계열의 제2금융사는 시중은행 진용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은 오는 10월 신용대출을 대상으로 우선 출범하고, 12월에는 마이너스 통장 등 한도성 여신으로까지 확대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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