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월에 이어 또다시 고공 행진하면서 인플레이션 정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이에 대해 CNBC는 한 전문가를 인용해 “물가 상승이 정점에 다다랐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CPI는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3월에 전년 대비 2.6% 올랐던 CPI는 4월 4.2%, 5월 5.0%에 이어 6월에는 5.4%까지 치솟았다. 마크 잰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7월은 경제활동 재개가 마지막으로 영향을 미치는 달”이라며 “우리는 정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월가에서는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다다랐을 수 있다고 예측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내구재 소비 급증에 따른 향후 소비절벽 △자동차 수요 둔화 △생산성 증가 △전기자동차 시대 개막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 들어 3~5년 정도 쓰는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었으며 CPI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고차 가격도 최근 하락하고 있다”면서 내연기관차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고려하면 더 많은 사람이 차를 팔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원자재 가격도 최근 떨어지고 있다. 목재 가격은 5월 대비 3분의 1토막이 난 상황이고 구리 가격도 10% 정도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70달러가 깨졌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고 해도 급격히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표적인 위험 요소가 임대료다. 나트웨스트마켓의 수석 미국이코노미스트인 케빈 커민스는 “경제활동 재개와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올랐던 것들은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임대료가 낮아진 부분을 상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임대료가 2.3% 올랐고 내년에도 2.4% 상승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물가 상승세는 곧 정점을 찍고 내려갈 수 있지만 한동안 높은 수준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 부양용 초대형 재정 투입도 미국의 강한 물가 상승률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평균 2% 이상의 물가 상승률과 충분한 고용 회복이 이뤄질 경우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선회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난 뒤에도 상당 기간 강세가 이어질 경우 연준의 긴축 개시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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