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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안압인데 녹내장이라고? 한국은 그런 환자가 77%[메디컬 인사이드]

■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

고령화에 녹내장 환자 급증…40대 이상이 대부분

초기 단계엔 대부분 무증상…진단엔 안저검사 필수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치료 나서야 실명 예방 가능

이미지투데이




“눈의 흰자가 안 보일 정도로 빨갛게 충혈된지 벌써 한 달이 넘었어요. 눈이 뻑뻑하다 못해 마치 모래가 낀 것처럼 이물감이 느껴지고, 욱신거려서 검색해 봤더니 ‘녹내장’이란 단어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IT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서경제(40·가명) 씨는 최근 눈에 이상을 느껴 안과를 찾았다. 어려서부터 안경을 썼던 서씨는 마이너스(-) 7디옵터 이상의 심한 고도근시로 라식수술을 받은 지 20년 가까이 됐다. 모니터를 오래 들여다보는 직업 특성상 눈이 쉽게 피로해졌기에 처음 실핏줄이 터졌을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증상이 나아지기는 커녕 충혈된 눈에 이물감, 눈물 증상까지 나타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40대에 접어들며 지인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자주 듣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체감하면서 건강검진 결과표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인터넷을 뒤지다 우연히 '녹내장은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란 칼럼을 읽은 서씨는 정밀검진을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 3대 실명질환인데…초기 증상 없어 환자 스스로 자각 어려워


녹내장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시야결손이 나타나는 만성질환이다. 시야는 윗쪽과 코쪽으로 60도, 아랫쪽은 70~75도, 귀쪽은 100~110도 정도의 범위로 나타나는데, 시야변화는 보통 주변부부터 천천히 좁아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은 시신경 손상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시야 중심부로 확대되고, 말기에 들어서면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더불어 녹내장을 3대 실명 질환으로 선정했다. 녹내장이 발생했다고 무조건 실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실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녹내장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주로 40대 이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노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고령화와 건강검진 활성화 등으로 국내 녹내장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녹내장 진료인원은 2019년 약 97만5000명에서 2023년 119만 명을 넘어섰다. 연령별로는 40대 이상이 전체 환자 10명 중 9명 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씨의 위기감이 괜한 기우는 아니었던 것이다.

◇ 안압 낮아 괜찮다고? 국내 환자 77%는 ‘정상안압 녹내장’




그렇다면 눈의 충혈이 유독 오래 갈 때 녹내장을 의심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은 “충혈은 안과에서 다루는 모든 질환의 기본 증상 중 하나"라며 "한 달 넘게 증상이 지속될 경우 녹내장 보다는 결막, 공막 또는 포도막의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눈이 충혈될 정도로 안압이 높아졌다면 머리가 아프고 눈 주변에 쪼이는 느낌이 심해 한달 가까이 견딜 수 없을 거란 얘기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은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다. '급성 폐쇄각 발작'처럼 방수 유출로가 완전히 막혀 안압이 갑자기 상승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환자 스스로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 녹내장을 의심해봐야 할 증상은 눈이 흐리고 시력이 저하된 것 같은 느낌, 눈 주변이 뻐근하고 머리가 무거움, 불빛을 볼 때 그 주위에 무지개 비슷한 것이 보이는 증상 등이 있다. 애매하고 비특이적인 증상이 대부분인 데다 두 눈의 상호작용 탓에 알아차리기가 더욱 어렵다. 일반 건강검진에 안저검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도 녹내장의 진단을 더디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정 센터장은 "녹내장 말기에 접어들어 시야가 좁아진 것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시신경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통상 압압의 정상 범위를 10~21㎜Hg로 정의하는데 국내 환자의 약 77%는 안압이 정상 범위 안에 분포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이라 단순 안압검사만으로 조기 발견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 40세 미만이라도 고도근시 등 녹내 고위험군은 정기검진 필요


녹내장 뿐 아니라 당뇨망막병증, 고혈압성망막증, 황반변성 등 망막관련 질환들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필요한 시력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손상된 시야는 복구가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녹내장학회는 만 40세 이상부터 60세 미만, 60세 이상은 각각 2~3년과 1~2년 간격으로 검사를 받길 권한다. 40세 미만이라도 고도근시,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녹내장 가족력, 6개월 이상 스테로이드제 사용 등 위험요소가 있다면 연1회 정기검진으로 녹내장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도근시 환자는 안구의 앞뒤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다 보니 눈을 지지하는 구조물의 두께가 얇고 힘이 약하다. 시신경이 손상되기 쉬운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녹내장 발생에도 취약해진다. 실제 20~30대 녹내장 환자는 고도근시 탓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장이 정기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김안과병원


정 센터장은 “라식·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받았더라도 수술 전의 근시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녹내장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라며 “시력교정술을 받거나 포도막염 등 안질환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간 사용하는 것도 안압을 높여 녹내장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녹내장은 별다른 예방법이 없다. 정기검진으로 녹내장을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최선책이다. 정 센터장은 "녹내장 치료를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병이 진행하는 비율이 50%가량 낮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현재로선 점안제를 통해 안압을 낮추는 게 녹내장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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