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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비즈]법무부로 쏠린 삼성의 눈....이재용 가석방 오늘 판가름

■'이재용 가석방' 9일 운명의 날

'국가·사회발전에 기여' 여부 판단

가석방 최종 허가되면 13일 출소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격변의 시기

인텔·TSMC 경쟁사는 투자 속도

삼성 수개월째 멈춰…총수결단 필요

삼성물산 재판 등 방어권도 강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가 9일 판가름 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70%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재계는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사면 또는 가석방이 절실하다고 요청하고 있다. 삼성 임직원들 역시 긴장감 속에서 법무부의 결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어 각 교정 기관에서 올린 가석방 대상자 심의를 한다. 이날 심사 대상에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 이 부회장이 심의를 통과하면 광복절에 앞서 13일 오전 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여전히 가석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계는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시급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정부와 민간이 ‘한 몸’이 돼 반도체 패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서 글로벌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TSMC와 인텔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투자도 여전히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거액의 해외 투자 결단 등을 위해서는 이 부회장이 직접 외국 고위 의사 결정권자들을 만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며 경영 복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최종적으로 가석방을 허가받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풀려날 경우 멈춰선 삼성전자의 투자시계가 다시 빨라지는 것은 물론, 이 부회장 개인적으로도 향후 별도 재판 등에서 방어권 행사에 유리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8·15 광복절에 맞춰 진행되는 이번 가석방에서 최종 허가 결정을 받은 수형자는 13일 오전 출소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가석방심사위는 각 교정기관으로부터 교정성적이 우수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수형자 명단을 전달받아 이들의 가석방 적격여부를 심사한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가석방심사위은 구자현 검찰국장, 유병철 교정본부장 등 3명의 내부위원과 윤강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김용진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홍승희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백용매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조윤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등 외부위원 5명으로 구성돼있다. 가석방심사위 의결은 재적위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연합뉴스


이 부회장이 정량적인 면에서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 법 감정과 국가경제 기여 부분 등이 결과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성인 1,003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는 이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각 위원들은 이 부회장이 가석방을 통해 사회에 나갔을 때, 경영인으로서 국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판단에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경영 정상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 뿐 아니라 국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절실하다고 요청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산업은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어느 때보다 총수의 역할이 절실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국, 유럽, 중국 등이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업체 간의 경쟁과 합종연횡도 치열하다. 미국의 칩 강자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재개를 선언하며 고객사 및 기술 확보, 설비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는 미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일찌감치 결정하고 적극적인 현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 퀄컴, 엔비디아 같은 미국의 내로라하는 칩 설계 회사들을 측면 지원하며 미국과의 끈끈한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반면에 삼성전자의 투자는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총수 공백 장기화로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이후 찾아볼 수 없는 삼성의 인수합병(M&A)도 이 부회장의 공백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들은 적극적인 M&A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에 삼성은 다가오는 3년 이내 의미 있는 M&A를 진행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진전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업계 지적이 나온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최고 결정권자인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반도체 투자, M&A 등 큰 돈 드는 사안에 대한 삼성의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및 IT 전쟁과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서 과감한 투자와 M&A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외신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닛케이는 지난 6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 관련 기사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0~70%가 이 부회장 가석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 사회에 뿌리깊은 반기업 정서가 바뀌고 있다는 방증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로이터는 “삼성이 총수 부재로 중요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정치권과 대중의 가석방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면, 방어권 행사가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인과 재판 전략을 짤 수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 이달 12일에 ‘삼성물산 부당 합병 사건’ 공판을, 19일엔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한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가 되면, 향후 변호사나 사건 관계인들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돼 재판을 준비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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