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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대선 의식,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군불···조세원칙, 또 정치셈법에 휘둘리나

['표퓰리즘' 덫에 걸린 가상자산 과세]

◆입법조사처 "종합검토 필요"

與 "주식 양도세와 형평 안맞아"

野 "과세시점보다 투자환경부터"

정치권 '청년층 표심잡기' 골몰

"10억 대주주 사태 되풀이 땐

정책 신뢰성 무너질 것" 우려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가상자산TF 제2차회의에서 유동수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현 정부 들어 조세원칙은 정치 논리에 계속 휘둘려왔다. 가상자산 과세가 예정된 2022년에서 최소 1년 유예될 가능성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가상자산 제도화와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올 초와 같은 열풍이 사그라들기는 했지만 정치권은 청년층 표심 잡기에 골몰해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처럼 투자자 보호 등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과세부터 시행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 지난해 대주주 양도소득세 10억 원 기준 유지와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또 한번 정책 신뢰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가상자산 과세제도 시행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3건 발의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1년 유예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내년이 아닌 2023년 가상자산 소득분부터 과세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소득을 현행 ‘기타소득’에서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해 합산 5,0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내용도 담겼다. 이렇게 되면 공제금액이 계획보다 20배 많아진다. 노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내년부터 가상자산에 소득세를 물린다면 2023년부터 부과되는 주식 양도세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과세와 관련된 인프라를 촘촘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도 가상자산 과세는 미루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야당도 뒤질세라 과세 시점을 늦추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2023년 1월 1일로 미루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상자산 시장 환경을 검토해 추가 연장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것이 윤 의원의 주장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더 나아가 과세를 2024년으로 연기하는 안을 내놓았다. 가상자산이 다른 자산처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투자자가 여러 위험에 노출된 만큼 이에 대한 운영 대책을 먼저 짜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입법조사처가 사실상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에 반해 기획재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정대로 가상자산 과세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국회의 소득세법 개정안 논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다시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이미 여야의 유력 대선 주자도 과세 연기론을 띄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주식 양도 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국가가 가상자산 거래가 정상적으로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야 세금을 걷겠다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청년층의 반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249만 5,289명(중복 포함)이며 이 중 20대가 81만 6,039명(32.7%)으로 가장 많았다. 30대가 76만 8,775명(30.8%)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추가 과세는 부담스럽다”며 “내년 가상자산 과세제도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올해부터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기로 돼 있었으나 ‘동학개미’들의 반발로 기존대로 유지한 전례가 있다. 이 과정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사퇴 파동까지 겪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오히려 우리는 가상자산 과세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며 “정부가 가상자산의 투자를 만류하는 상황에서 정책적 목적을 위해 과세를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물론 다른 자산은 세금을 내는데 가상자산만 과세를 유예해달라는 것은 오히려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가상자산 과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입법조사처 역시 “가상자산 투자로 소득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은 소득세 과세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세 형평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2022년부터 가상자산 과세제도를 시행할 필요성이 크다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또 기업 자금 조달 목적의 상장 주식과 달리 자산을 은닉해 탈루 목적으로도 쓰이는 가상자산에 대해 똑같이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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