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신설했다. 성장이 정체된 기존 타이어 사업에서 벗어나 투자처 발굴, 신산업 개발의 특명을 받은 ‘별동대’를 만든 것이다. 업의 경계를 허무는 신사업 투자가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인베스트앤비욘드(Invest & Beyond) 코퍼레이션’에 대한 설립 및 출자 안건을 승인했다. 신설 법인명은 타이어라는 업(業)의 경계 너머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처를 찾는다는 의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 회사의 대표는 한국타이어 경영지원총괄인 박정수 상무가 맡는다.
새 회사는 한국타이어가 눈여겨 보는 산업에 대한 컨설팅과 투자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기존에는 한국타이어 경영기획 부문에서 담당하던 업무였다. 그러나 그룹 전체를 조망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비할 수 있는 조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회사를 신설했다. 한국타이어 차원에서 인수·합병을 할 때 정관 등의 제약으로 기존 사업과 관련이 전혀 없는 업체를 인수하기 어렵지만, 신설 회사는 이런 틀에 얽매이지 않고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사업에 과감히 진출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의 한 관계자는 “수년째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여러 업체들에 대한 인수합병(M&A)을 검토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신사업 추진 속도를 더 높이고, 집중하기 위해 특화된 조직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특정 업군을 노리기 보다는 모든 분야에 대한 투자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전까지는 본업인 타이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회사를 물색했다. 독일 콘티넨탈처럼 모빌리티와 관련한 역량을 결집한 부품그룹을 롤모델로 삼았다. 한온시스템 지분을 매입했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신사업 발굴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조현범 사장의 판단 아래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굵직한 제조업보다는 함께 커갈 수 있는 기술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가 새로운 회사를 만들면서까지 신성장 동력 발굴에 애를 쓰는 것은 타이어 업만으로는 큰폭의 성장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타이어 산업은 2018년 이후 자동차 산업의 수요 둔화와 완성차 업체의 판매 부진으로 신차용 타이어 판매가 급감하면서 순이익이 감소세다. 공급 물량 감소로 주요 생산법인의 고정비 부담이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공정 안정까지 10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증설도 어려운 실정이다. 타이어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6%에 달하는 한국타이어가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한 배경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한국타이어의 신사업 개척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한국타이어의 현금성 자산이 1조원을 넘었고, 이익잉여금은 약 4조8,000억원에 달해 ‘실탄’은 준비됐다는 평가다. 한국타이어가 대주주로 있는 한온시스템의 매각을 앞두고 매각이 성사될 경우 1조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되면서 미래 전략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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