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혁 넷마블(251270) 이사회 의장은 ‘투자의 귀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가 점찍은 기업들은 지금까지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방 의장은 게임을 넘어서 이종 산업을 넘나들며 융합 효과를 극대화하는 투자 전략을 꾀하기로 유명하다. 단순 게임에만 국한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렌털·핀테크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평소 게임 업계에만 몰입돼 있지 않고 다양한 산업을 두루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네트워크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통 큰 베팅을 하는 천부적 승부사 기질을 갖추고 있다.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하는 탁월한 투자 안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넷마블은 지난 2018년 4월 2,014억 원을 들여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352820)(옛 빅히트) 지분 약 25%를 사들였다. “사업적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투자 이유를 밝혔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방시혁 하이브 대표와 방 의장이 친인척 사이라는 점이 오히려 화제가 되며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 투자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방 의장의 투자 안목은 몇 년이 지난 후에 진가를 드러냈다. 하이브 소속의 BTS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넷마블이 보유한 하이브 지분 가치가 9,568억여 원으로 무려 5배 가까이 뛴 것.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올라 2일 종가(29만 4,500원) 기준 2조 원대로 불어났다. 현재 기준으로 투자 수익은 무려 10배에 달한다. 하이브와는 단순 투자 성과를 넘어 사업적 시너지도 내고 있다. 하이브는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콘텐츠 전반에 확장하는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 점이 방 의장의 비전과 맞아떨어졌다. 실제 넷마블은 BTS의 IP를 활용한 캐주얼게임 ‘BTS월드’를 내놓았고 이어 두 번째 협업 작품으로 ‘BTS유니버스스토리’를 글로벌 출시했다.
앞선 카카오게임즈(293490) 기업공개(IPO)도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꼽힌다. 넷마블은 2018년 2월 카카오게임즈에 5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4%를 인수했다. 카카오게임즈 지분 가치는 상장 과정에서 약 770억 원으로 늘어났고 최근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급등하며 이날 현재 2,780억여 원으로 뛰었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새로 출시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흥행과 신작에 대한 기대감에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1위 렌털 사업자인 코웨이(021240) 인수는 방 의장의 가장 파격적인 M&A 중 하나로 꼽힌다. 넷마블은 지난해 초 코웨이 지분 약 25%를 1조 7,400억 원에 사들였다. 당시에는 게임 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모호해 무리한 M&A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코웨이가 꾸준히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평가는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코웨이는 올 1분기 매출액 8,790억 원, 영업이익 7,707억 원을 거두며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넷마블로서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을 마련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 회사가 렌털 회사를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행보였다”면서 “현재는 넷마블의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경쟁사인 엔씨소프트(036570)(NC) 지분 8.9%(195만 주)도 보유하고 있다. 취득 시점은 2015년 2월로 투자 금액은 3,911억 원이었다. 이날 종가 기준 가치는 1조 6,068억 원에 이른다.
앞으로 빛을 볼 투자들도 대기하고 있다. 넷마블은 2016년 3월 카카오뱅크에 40억 원을 투자해 지분 3.94%(1,440만 주)를 확보했다. 오는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카카오뱅크의 공모가는 3만 9,000원으로 확정됐다. 40억 원에 불과했던 넷마블의 지분 가치는 5,616억 원이 됐다. 5년 반 동안 무려 140배의 수익을 낸 것이다. 뱅킹 애플리케이션 1위에 2030 MZ세대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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