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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고객의 시간을 지배할 준비가 됐는가

김보리 생활산업부 차장





지난해 9월 미국 월마트가 10대의 온라인 놀이터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의 인수전에 참여했을 때 시장은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오프라인의 절대 강자인 월마트와 10대들이 춤추고 립싱크하는 가장 ‘젊은’ 앱 틱톡의 조합은 세간의 화젯거리였다. 월마트는 오라클과 손잡고 틱톡의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그 사이 도널드 트럼프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면서 중국 기술 기업의 보안 리스크로 미 행정부는 틱톡의 매각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월마트의 틱톡 인수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월마트는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아마존의 경쟁자로 이름도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월마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장의 장점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드라이브스루 픽업을 도입했다.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사실상 아마존 독점이라는 공식을 깨고 월마트는 코로나19를 기회로 이베이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이제 유통 시장을 오프라인·온라인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기업이 오프라인 기반이든, e커머스든 무방합니다. ‘ㅇㅇㅇ월드’를 만들어 고객의 시간을 묶어둘 수 있는 곳이 승자입니다.” 최근 만난 한 e커머스의 고위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 기업은 유통 시장에서 e커머스 규모를 따로 구분하는 것 자체를 더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프라인·온라인 유통을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색한 시대에 들어섰다는 판단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통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48%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요동친다. 신세계그룹이 이베이를 품으며 네이버·쿠팡·신세계그룹의 e커머스 대전 진검 승부가 막이 올랐다. 이베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는 올해 말이면 유통업계 e커머스 대전은 본격 2막이 시작된다. 여기에 롯데쇼핑도 이달 대규모 인사를 예고하며 백화점·마트 등 유통 사업부에 흩어져 있던 e커머스 인력을 통합해 배수진을 쳤다. 문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구분이 아니라 누가 고객의 시간을 지배할 수 있는 준비가 됐는가이다.

미국 유통 시장의 관심은 월마트와 아마존 중 누가 ‘ㅇㅇㅇ월드’의 주인공이 될지다. 월마트는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고 아마존은 아킬레스건인 식료품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오프라인 신선 식품 매장을 시작했다. 치열한 경쟁에 오프라인·온라인 기반 기업이라는 구분 자체가 기업의 시각일 뿐이다. 똑똑한 기업은 고객의 시간을 묶어둘 ‘월드’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베이 인수가 마무리된 내년, 국내 유통 시장에서 어떤 ‘월드’가 소비자를 지배할 단어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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