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양모 장모씨와 남편 안모씨가 23일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혐의를 부인했다. 양모 장씨 측은 정인양의 복부를 밟지 않았고,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양부 안씨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학대를 방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성수제 강경표 배정현 부장판사) 심리로 23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장씨와 안씨 측 변호인들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추가 증인 신청 등 입증계획에 대해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이날 장씨와 안씨는 법정에 출석했다. 장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 안씨는 징역 5년이 선고돼 구속 중이다.
재판부는 이날 향후 △피해자의 장간막에 9cm 및 췌장 절단 등 손상이 사망 당일 발생했는지 △피고인 집에서 가한 물리력으로 초래됐는지 △집에서 강한 물리력을 행사했다면 범행 방법과 태양이 어떤 것인지 △집에서 손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면 살인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증거를 보강하라고 양측에 밝혔다.
“고의 없었다”·"학대 방임 고의 없어"…정인이 양부모 혐의 부인
이날 장씨 측은 정인양에 대한 살해 고의가 없었으며, 발을 복부로 밟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장씨의 변호인은 “1심은 피해자의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이 파열돼 복부를 밟는 것 외 다른 가능성을 상정할 수 없다고 봤지만, 피고인이 당일 오전 피해자의 배를 손으로 때려 병원에 데려가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과정에서 상처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 음성 파일을 제공한 서울종합방재센터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심폐소생술(CPR) 과정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대한의사협회에도 사실조회를 신청해 피해자 배에 상처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씨 측은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했다며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독자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범으로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며 “특히 장씨의 학대를 방임·방치했다는 부분에 대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씨의 학대행위를 언제 알았는지 등 구체적 설명이 없었고, 당시 안씨는 직장에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장씨 변호인은 또 살인 고의와 관련해 증언할 지인 1명을 증인 신청하겠다고 했다. 안 씨측은 “학대를 방임할 고의가 없었다”며 “정인양에게 얼마나 친밀하게 대했는지 보여줄 가족사진과 동영상들을 USB에 담아 제출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장씨의 큰 딸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동의 학부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안씨가 장씨의 폭행 등 학대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점과 장씨의 양육태도 등을 입증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살인의 고의 인정 여부가 관건
재판부는 “이 사건의 중요 쟁점은 피고인 장씨에 대한 살인죄에 있어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라며 “원심에서 인정한 발로 밟았다는 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쟁점과 관련해 쌍방(피고인과 검찰)에 석명준비 명령을 내리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3일 다시 공판준비 기일을 열기로 결정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