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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희열3' 멋쟁이 할머니 밀라논나 "삶은 숙제 아닌 축제…즐겼으면"





시니어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가 패션과 함께한 삶을 이야기했다.

15일 방송된 KBS 2TV ‘대화의 희열3’에서는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이자, 2030세대들이 닮고 싶어하는 멋쟁이 할머니 밀라논나가 출연했다. 가장 치열한 패션 업계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살았던 밀라논나는 오랜 경험이 묻어난 패션 철학과 인생 철학을 전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메릴 스트립이 있다면, 한국에는 이 분이 계신다”는 유희열의 소개처럼, 패션계를 흔든 밀라논나의 삶은 화려하면서도 치열했다. 1978년 밀라논나는 현모양처가 되라는 아버지의 반대를 뚫고, 밀라노로 패션 유학을 떠났다. 최고의 패션스쿨 마랑고니에 진학한 밀라논나는 세계적 디자이너 ‘돌체앤가바나’의 도메니코 돌체와 클래스메이트였다고 밝히는가 하면, 마랑고니 스쿨에서 유일하게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라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밀라논나는 본격적인 패션 커리어를 쌓았다. 1986년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 디자인을 한 밀라논나는 디자인료 개념이 없던 그 시절, 당당히 디자이너로서의 가치를 요구했다. 조직위원회에 자신이 디자인한 수백장의 스케치를 들고 가 “디자인료 주실래요? 이걸 찢으실래요?”라며 담판을 지은 밀라논나는 국가로부터 디자인료를 받은 최초의 디자이너가 됐다고.

이와 관련, 밀라논나는 커리어우먼, 패션 1세대가 감당해야 했던 무게에 대해 설명했다. 밀라논나는 “제가 가는 길을 후배들이 따라올 테니까, 그럼 좀 쉽게 해줘야 하잖아요. 그때는 커리어우먼, 워킹맘이라는 말도 없었고, ‘저 여자는 왜 돈 벌러 나가?’ 라고 말하던 때다”라며 “주부, 엄마, 아내, 디자이너 어느 역할 하나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다”는 과거를 회상했다.



밀라논나의 커리어 정점은 유럽 3대 오페라하우스 스칼라 극장에서 동양복 컨설턴트로 활동한 시기였다. 밀라논나는 200년 역사가 깃든 곳에서 공부한 당시의 경험을 소중히 여겼다. 또 밀라논나는 그곳에서 만난 세계적 성악가 파바로티와의 친분과 서로를 ‘병뚜껑’, ‘감자 자루’로 놀리던 일화도 밝혔다.

이후 밀라논나는 페라가모, 막스마라 등 명품 브랜드의 한국 입점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가 하면, X세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밀라논나의 인생을 바꾼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의 뇌출혈 수술과, 자신이 출근하지 않던 날 벌어진 상품백화점 붕괴사고로 한 순간에 동료들을 잃었던 일이었다. 밀라논나는 그 이후로 봉사하는 삶을 살게 됐다고.

이 모든 화려함과 풍파를 겪은 밀라논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패션 철학과 인생 철학을 전했다. 밀라논나는 패션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저같이 옷을 사서 마르고 닳도록 입으면 된다. 트렌디한 상품은 생선회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산다”며 “낡은 게 나쁜 것은 아니지 않냐. 실제로 나는 수십년 된 옷을 수선해 입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밀라논나는 젊은 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도 전했다. 밀라논나는 “삶을 숙제가 아닌 축제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며 “남들에게 떠밀려서 (숙제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니까, 하루하루 즐겁게 살자”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화의 희열3’는 ‘만인의 아빠’,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진 성동일의 출연을 예고했다.

한편 KBS 2TV ‘대화의 희열3’은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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