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가격과 해운 대란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이 기업 생산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각종 비용 상승으로 인한 기업 리스크가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뿐 아니라 판매가격 인상 등으로 국내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29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항만 병목현상 등으로 운송이 지연되는 등 기업 생산활동 관련 리스크가 증대됐다”고 밝혔다. 비철금속과 곡물 가격은 저점 대비 60% 이상 올랐고 글로벌 해상운임도 2019년 평균 대비 3배 수준으로 급등했다.
한은이 조사한 결과 제조업체 93.2%가 지난해 평균 대비 높은 가격으로 원자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기업들은 원자재 이외 부문에서 원가를 절감하거나 판매가격 조정으로 가격을 전가하고 있다. 가격 전가를 선택한 제조업체 절반 이상의 상품 판매가격 전가율이 20%가 넘는 것으로 조사돼 생산자 물가나 소비자 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해외 물류비 상승과 운송 지연까지 겹치면서 기업 생산성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생산 투입물이나 상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업체 3곳 중 1곳은 물류비 부담이 지난해 평균 대비 2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만 병목현상 등으로 인한 운송 지연은 평상시 대비 17.4일로 집계돼 생산 비용 상승, 생산 차질, 납기·판매 지연 등 운송 관련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 일부 업체는 물류비 인상분도 제품가격에 전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부품 조달마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품은 반도체 등 전자부품이 51.8%로 가장 많았고 일반기계(31.3%), 금속가공(18.1%), 전기장비(13.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전자부품 중에서도 차량용 비메모리 반도체가 39.2%를 차지해 조달이 가장 어려운 품목으로 꼽혔다.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한 기업 67.5%는 재고량이 2개월분이 안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 생산활동과 관련된 리스크 증대는 생산 차질, 기업 비용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격 전가로 인한 판매가격 인상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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