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28일 직원 사망사건의 관리 책임자인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에 대한 해임을 촉구했다.
네이버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원인 파악과 원인제공자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며 최 전 COO가 모든 직책에서 해임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우모 책임리더에 대해서도 해임을 촉구했다.
지난 25일 네이버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 가해자로 지목된 신모 책임리더를 해임했고, 또 다른 가해 혐의를 받는 우 책임리더는 3개월 감봉, 관리 책임이 있는 최 전 COO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을 내렸다.
최 전 COO는 징계와 별개로 도의적 책임을 진다며 COO와 네이버 등기이사, 광고 사업부인 비즈 CIC(사내독립기업) 대표직에서 사의를 표했지만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해피빈 재단 대표 등 계열사 관련 직책에서는 물러나지 않았다.
노조는 이날 지난 4주 간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한 진상규명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노조는 “신 책임리더의 괴롭힘 정황과 고인을 향한 우 책임리더의 무리한 업무지시 등이 확인됐다”며 “특히 2019년부터 2년 넘는 시간 동안 직원들이 경영진 면담과 사내 신고채널 등을 통해 회사 내에서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했는데, 경영진과 인사부서는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조치할 수 있는 기회가 수 차례 있었는데도 어떤 대처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권한을 강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인은 2019년부터 ‘내비게이션 1위’라는 목표 아래 과중한 책임과 업무량에 시달려야 했다. 평일에는 가장 일찍 업무를 시작해 밤 10시, 11시까지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신 책임리더의 모욕적인 언행이 반복되며 고인을 힘들게 했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다. 노조는 또 “신 책임리더의 괴롭힘 행위는 고인뿐만 아니라 상당수 구성원들을 힘들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보드마카를 책상에 던지거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며 사원증 목줄을 당겼다가 놓는 등의 행동이 복수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고 전했다.
노조는 우 책임리더 역시 고인의 상급 조직장이 아님에도 부적절한 업무 지시로 고인을 힘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시간을 가리지 않는 업무 지시와 여럿이 있는 업무 메신저 창에서의 공개 비난 등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다. 노조는 “신 책임리더와 우 책임리더의 괴롭힘 행위로 인해 구성원 중 여러 명이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리며 병원 진단과 치료를 받았고, 일부는 휴직한 사실도 파악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재발방지를 막기 위해 노조가 참여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응하기 위한 노사 동수로 구성된 위원회 운영과 ▲조직장에게 과도하게 몰려 있는 권한 축소 ▲좋은 리더십을 만드는 노사 공동시스템 구축 등을 논의하자는 취지다.
노조는 최 COO, 우 책임리더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과 대책위 구성 등 노조의 요구안이 받아들여질 대까지 오는 29일부터 단체행동을 펼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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