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피로도가 쌓이면서 야권은 '플랜B'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이 공식 정계 진출도 선언하지 않은 채 국민의힘 입당을 결정을 미루고 이른바 'X파일' 논란과 대변인 사퇴 등 겹악재에 부딪면서 대안 카드에 관심을 두는 모양새다.
최근 스포트라이트는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대권 도전 여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밝히겠다"고 답한 것이 대권 도전 시사로 해석되면서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원장이 이달 말 사퇴하면서 대선 출마 의지를 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 원장의 정치 도전을 지지해온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21일 연합뉴스에 "기다려 보자"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여야의 구분이 모호했던 김동연 전 경제 부총리도 최근 야권 주자로 부각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인 그는 자신을 여권 인사로 분류한 취지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급을 두고 "그 것은 그 분의 생각"이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비영리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의 이사장을 맡은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충남 서산에서 강연·간담회를 하고 소라잡이 어선에 몸을 실었다. 아직 직접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봉사활동 현장을 연이어 공개하는 등 대국민 접촉면을 늘리고 있어 정치 참여 선언이 가시권에 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야권 내 '호남주자'로 거론돼온 장성민 전 의원이 반문(反文) 빅텐트 참여 필요성과 함께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피력하고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바른미래당에 몸담았던 장 전 의원은 조수진 최고위원과 정운천 의원 등 당내 호남 인사들은 물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오랜 친분을 이어와 우군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윤 전 총장의 빛에 가렸던 이른바 '저평가주'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연고지이자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각종 정책 제언을 쏟아내며 광폭 행보에 들어간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표적이다. 청년 팬층을 보유한 하태경 의원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하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안철수씨는 끝났다고 본다. 독자 출마 못 할 것"이라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4·7 재보선 승리로 정치적 체급이 더욱 커진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오 전 시장은 대선출마 가능성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선 윤 전 총장이 낙마할 경우 자연스럽게 대선판으로 불려나올 것이라며 "가장 확실한 카드"라는 전망이 나온다. 복당 절차를 밟고있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 국민의힘과 합당 절차를 진행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높은 대중 인지도와 고정 지지층을 지녔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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