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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납품단가 공동교섭권 보장받나

[중기협동조합법 개정 추진]

대기업과 하도급·위수탁 거래 한정

가격협상 등 공동행위 허용 골자

원자재가 상승분 반영 등 협상력↑

中企 제값 받는 환경 구축 기대

김기문(오른쪽 두번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제값받기 교섭권 보장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중기중앙회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영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중소기업계가 납품가 제값받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5일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하도급·위수탁 거래를 할 때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활용한 가격 협상이 가능하도록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활용해 좀 더 대등한 가격 협상을 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소기업과 뿌리 산업이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납품 단가에 원자재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아 대·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점점 커지고 있어 ‘중소기업 제값받기’가 절실하다는 기업 현장의 호소가 반영됐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여의도 중앙회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참여연대 등과 '중소기업 제값 받기 교섭권 보장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 의원이 발의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은 하도급·위수탁 거래에 한정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중소기업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1조의2를 개정해 기업 대 기업간(B2B) 거래에서 협동조합의 공동행위를 가능하도록 수정한 내용을 담았다.



우 의원은 "현재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한 가격 인상 등은 담합으로 제한돼 제도 실효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며 "하도급과 위수탁 거래에 대해서라도 협동조합의 공동행위를 허용해 중소기업의 제값 받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 제값받기'는 사회 전체가 생산하는 부를 일부 대기업이 독점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기는 대기업과의 거래 관계에서 힘과 지위의 열세때문에 제값을 다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중기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교섭권을 보장하는 중소기업 협동조합법이 지난 2019년 개정됐지만, 여전히 교섭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개정안을 통해 교섭권을 분명히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계는 법안 개정이 이뤄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나타나고 있는 경기 회복의 효과가 일부 업종과 대기업에 집중되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경기회복의 효과가 일부 업종에 머물러 있고,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발의 예정인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중소기업의 협상력이 높아져 납품단가 제값받기가 가능해지고, 이는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이 납품 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가운데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납품 단가의 교섭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알루미늄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14일 공공 사업에 공급하는 난간과 창호의 납품단가를 30% 올려달라고 이례적으로 조달청에 공식 요청했다. 일감이 끊길까봐 그동안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납품가에 반영해달라는 요청을 하지 못했지만 1년 넘게 급등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중기를 한계 상황으로 몰아 넣었기 때문이다.

조달청이 판매하는 알루미늄 비축물자의 최근 판매가격은 올해 1월에 비해 30%가량 급등했다. 반면 이를 사들여 물품을 제조하고 납품하는 중기는 제대로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찬욱 한국알루미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라 중기가 자체 노력이나 의지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기업 경영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본래 입찰 기업별로 조달청과 납품 가격을 조율하곤 했지만, 이번에는 상승폭이 워낙 크고 전반적인 현상이라 전례없이 조합 차원에서 일괄 단가 인상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합의 요청일뿐 공식적인 단가 협상의 권한은 없어 실제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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