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던 회사채 시장이 올해 들어 발행량이 크게 늘면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넘어선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설립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 운영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당초 예정된 다음 달 13일 종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 규모는 1~4월 23조 8,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순발행액(9조 9,000억 원)은 2009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다. 회사채 신용스프레드 등 주요 가격지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고 발행시장에서도 연초 수요예측참여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한은은 올해 들어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지면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기업이 증가해 회사채 시장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회사채 발행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93조 원으로 지난해(41조 원)의 2배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개선 등으로 신용경계감이 완화되면서 국고채 대비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도 뒷받침하고 있다.
한은은 발행기업의 신용등급 변동 양상, 투자 수요, 향후 만기도래 규모 등 회사채 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앞으로도 회사채 시장의 안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SPV 대출제도가 7월 종료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SPV는 지난해 7월 도입된 이후 4월 말까지 회사채 2조 1,000억 원, CP 1조 2,000억 원 등 3조 3,000억 원을 매수했다.
한은은 SPV 종료되는 다음 달 13일 이전에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달 22일 금통위에서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회사채·CP 매입기구 운용 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산업은행과도 협의 중인 것은 맞다”며 “향후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경기가 회복되는 전망을 봤을 때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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