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초격차에 성공하려면 수소 활용뿐 아니라 수소 생산·저장·운송 부문 기술 개발이 절실합니다.”
수소경제는 10년 뒤인 오는 2030년부터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 시계열로 보면 2050년에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약 21%를 수소에너지에 의존하게 된다. 현재 26% 수준인 석탄을 수소가 완전히 대체하는 셈이다. 활용 분야도 광범위하다. 발전·수송·건물·산업 및 산업용 원료 부문이 수소 기반 경제로 이동하게 된다. 우리나라 기준으로만 약 70조 원(전 세계 2,500조 원)의 경제 효과와 약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수소경제 1등 국가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서울포럼 2021’에 참석하는 전문가들은 수소 활용뿐 아니라 생산·저장·운송과 같은 인프라와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또 에너지 안보·자립 차원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원자력발전을 선악의 구도가 아닌 국가 친환경 전략의 관점에서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韓 수소산업 경쟁력 美日 대비 81점
패널들은 우리나라 수소 경쟁력을 주요국과 비교해 정량적으로는 ‘100점 만점에 81점’, 정성적으로는 ‘미흡하다’고 결론내렸다. 정대운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주요국 수소산업 경쟁력은 미국과 일본을 100점으로 둘 때 독일이 92.1점, 우리나라가 81.2점 수준”이라며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 등에 비해서 원천 기술 등 경쟁력은 미흡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6명의 패널 중 상당수가 지적한 문제다. 권태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기획그룹장은 “수소 전 주기 관점에서는 수소 활용 외 분야에서 비교 열위”라고 평가했고 김민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역시 “기술 개발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라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기업에 몸담고 있는 이두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대표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뜻을 밝혔다. 포럼 참석 패널 6명 중 4명인 67%가 우리나라 수소산업 경쟁력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우리나라 수소산업의 경쟁력이 뒤진다고 평가한 이유로는 수소 생산·저장·운송 인프라 부족이 첫손에 꼽혔다. 김 교수는 “수소 활용 분야인 수소전기차 관련 기술 경쟁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지만 수소 생산·저장·운송 부문을 보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제 몫을 해냈지만 수소 인프라 구축 등 정부 역할은 부족했다고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수소 생태계 조성은 정부 몫
패널들이 정부의 수소 인프라 구축을 촉구하는 것은 수소 시장이 자리잡기 위한 선결 조건이어서다. 권 그룹장은 “정부는 수소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수소 시장을 조성해 자생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앞당겨야 한다”며 “일정 규모 이상 수소를 생산·저장·이송하며 소비하는 에너지 시장이 마련되면 규모의 경제 구현으로 기업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5위 수준의 수소충전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40개 정도의 규모로, 수소모빌리티의 보급을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수소 인프라 구축 방법으로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도 나왔다. 문일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수소산업 투자가 가속화돼 규모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천연가스망 등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소를 운송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 창출이 가능한 수소 생태계가 조성되면 기업 투자가 잇따르고 수소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 인프라가 혈관이라면 그린수소는 혈액에 비유된다. 패널들은 자생적 수소 생태계가 갖춰지려면 그린수소 생산 기술을 국산화해 단가를 낮춰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그린수소 생산 기술의 약 50%는 해외에 있고 이 때문에 생산 단가가 높다”며 “문제는 우리나라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이미 개발된 기술을 활용할 제도가 미비해 수입산 기술과 부품 소재를 들여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린수소 생산, 원전 배제하면 안돼
우리나라는 지하자원 매장량이 0에 가깝고 바람도 세지 않아 풍력발전에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그린수소 생산 발전원으로 원자력발전을 꼽는 이유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되는 그린수소 단가는 설비 이용률과 전기 단가에 좌우된다”며 “태양광과 원자력발전을 비교하면 원자력발전은 태양광 대비 전기 단가가 절반에, 수전해 설비 이용률도 원전은 85%, 태양광은 15% 정도로 생산 단가만 놓고 보면 원자력발전이 태양광 대비 절반 이상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한 원자력발전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주 교수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정교한 분석과 전망에 기초하지 않고 원자력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사실오인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무조건 선이라는 이념화된 판단에서 수립되고 일방적으로 시행돼왔다”며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에너지인 원자력의 이용 확대가 꼭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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