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다시 벌어진 구자학 아워홈 회장 2세들의 2차 ‘남매의 난’은 막내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장남 구본성 부회장을 밀어내고 대표이사 자리를 가져가며 막을 내렸다. 구 부회장이 보복 운전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다 지난해 코로나19 정국에서 아워홈 실적이 악화된 점이 구 신임 대표가 ‘왕좌’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4일 아워홈은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구 부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하고 구 신임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았다. 이날 아워홈의 임시 주총과 이사회는 2차 남매의 난으로 주목 받았지만 결과는 구 신임 대표의 손쉬운 승리로 막을 내렸다. 임시 주총에서 구 신임 대표가 제안한 신규 이사 임명안이 통과돼 기존 이사회 규모 11명의 두배에 가까운 21명의 새로운 이사들이 선출됐고 이사회를 장악한 구 신임 대표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4년 전 오빠에게 내줬던 대표이사 자리를 다시 가져오게 됐다. 구 신임 대표 측은 이사회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는 아워홈 이사회 정관의 맹점을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남 구 부회장이 승리를 가져갔던 1차 남매의 난과 달리 2차 남매의 난이 구 신임 대표의 승리로 끝난 배경에는 장녀 구미현 씨가 있다. 구 씨는 지난 2017년 경영권 분쟁 때 오빠인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장녀 구 씨의 지분은 19.3%로 아워홈 최대주주인 구 부회장의 지분 38.6%를 합치면 과반이 넘는다. 하지만 2차 남매의 난에서는 구 신임 대표(20.7%)와 차녀 구명진 씨(19.6%)의 손을 잡았다. 세 자매의 지분을 합치면 59.6%로 과반을 훌쩍 넘는다.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던 구미현 씨가 돌아선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구 부회장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영향을 끼쳤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애초 구 신임 대표는 4남매 중 가장 먼저 아워홈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하지만 장남인 구 부회장이 회사에 합류하고 장자 승계라는 범LG가의 전통에 따라 구 부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구 신임 대표는 아워홈을 떠났다.
구 신임 대표는 LG유통에서 분리된 아워홈을 키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구 신임 대표는 아워홈에 입사한 후 구매 및 물류, 글로벌 유통 및 외식 사업 등을 도맡아왔다. 그는 △아워홈 FD(외식)사업부장 △아워홈 글로벌유통사업부장 △아워홈 구매식재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글로벌 외식 브랜드 타코벨과의 프랜차이즈 계약, 호남물류센터 오픈 등이다. 실제 구 신임 대표가 입사했던 2004년 아워홈 매출은 5,000억 원대였지만 구 신임 대표가 부사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매출은 1조 3,000억 원으로 상승했다.
구 신임 대표는 이날 이사회의 신임 대표 결정이 확정된 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아워홈을 이끌면서 실적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아워홈은 상반기 연결 기준 14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다. 일각에서는 구 신임 대표가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있다.
한편 구 신임 대표는 1967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보스턴대 휴먼 리소스 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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