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은행에 등록된 생체 정보로 국내 주요 공항에서 탑승 수속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내부 조직부터 영업점 창구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디지털을 도입해 효율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하려는 권준학(사진) 행장의 실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한국공항공사·금융결제원과 생체 정보 공동 활용 협약을 맺고 이날부터 신분증 없이 생체 정보로 탑승 수속을 할 수 있는 공동 활용 서비스를 운영한다. 그동안 생체 정보 등록은 공항에서만 가능했다. 이번 협약 체결로 농협은행에 손바닥 생체 정보를 등록한 고객은 국내선 김포·김해·제주 공항에서 별도의 생체 정보를 등록할 필요 없이 생체 정보를 인증해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된다. 신분증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게 됐다. 만 19세 이상 개인 고객이면 누구나 가까운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생체 정보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금융권의 생체 인증이 비금융권에 적용된 첫 사례라는 게 농협은행 측의 설명이다. 올해 중 국내 전체 공항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농협은행의 디지털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는 생체 인증 외에 ‘챗핏’ 시스템, 전자 창구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챗핏은 빅데이터 기술 등을 바탕으로 영업점 직원이 업무와 관련된 문의를 하기 위해 담당 부서에 전화하는 데서 벗어나 맞춤형 공지사항, FAQ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직원들이 질문을 해야만 문제의 답을 주는 챗봇과 달리 챗핏은 직원들의 질문 없이 게시물을 제공하는 것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특징이다.
최근 3개월간 챗핏을 시범 운영한 결과 업무 문의를 위한 전화 유입량이 37% 절감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내부의 전화 응대가 10건 이상인 직원들의 경우 챗핏을 통한 전화 업무가 줄어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관련 부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시스템은 특허출원까지 완료했다.
이 외에도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령층 고객을 위해 태블릿으로 전달되는 전자 서식의 입력 항목을 음성으로 자동 안내되는 등의 전자 창구 시스템을 오는 24일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측은 “최근 유니폼을 폐지한 데 이어 은행 내부에서 유연하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며 “고객과 직원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들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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