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한 국내 기업들의 수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CIA(석유화학·철강·항공)’ 는 약세를 보인 반면 FBI(금융·바이오·IT)는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매출 상위 상장사 1,000 곳의 실적(개별 재무제표 기준)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1조 클럽' 기업 수가 전년보다 5곳 줄어든 204곳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매출 1조 클럽 기업은 2016년(184곳), 2017년(187곳), 2018년(199곳), 2019년(209곳) 등 최근 증가세를 보였는데,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증가세가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유업과 신세계건설, 대웅제약, 쌍용씨앤이 등 25개 기업이 지난해 '1조 클럽'에서 제외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실리콘웍스, 셀트리온 등 기업 20곳은 새로 포함됐다.
지난해 매출 10조원이 넘는 기업도 전년보다 2곳 줄어든 30곳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내 1,000대 기업의 전체 매출액 규모는 1,489조원으로, 2019년 1,508조원보다 19조원(1.3%) 줄었다.
1,000대 기업의 매출이 1,500조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17년 1,492조 원이후 3년만이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과 철강, 항공 업종에서 매출이 크게 줄어든 반면, 금융과 바이오, 정보·게임 업종에서는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해 매출 10조 원 넘는 슈퍼기업 숫자도 전년 대비 2곳 줄어든 30곳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과 현대건설, SK네트웍스가 탈락한 대신 삼성증권이 새로 10조 원대 매출 기업군에 합류했다.
삼성전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약 166억원(연결기준 236조원)의 매출을 기록해 국내 매출 1위 자리를 2002년부터 19년 연속으로 지켰다. 지난해에만 매출이 11조원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국내 1,000대 기업 전체 매출의 11.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닉스는 매출이 5조원 이상 늘었고,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매출이 1조원 이상 오른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상승률 면에서는 코로나19 진단 키트로 잘 알려진 ‘씨젠’이 2019년 971억 원의 매출에서 지난해 1조 685억 원으로 10배 이상 급등했다.
반면 에쓰오일과 대한항공은 각각 매출이 7조, 4조 이상 줄었다. 한국가스공사,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등도 3조원 이상의 매출이 한해 사이에 사라졌다.
오일선 한국 CXO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외형은 1,000대 기업 매출 1500조원이 깨지며 2017년 이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며 "업종별로는
금융(Financial)과 바이오(Bio), IT업체 등이 포함된 ‘F·B·I’ 업종에 속한 기업은 매출이 오른 반면 석유·화학(Chemical)과 철강(Iron), 항공(Air) 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C·I·A’ 업종들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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