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삼성·SK·LG의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제사절단 임무를 띠고 미국을 방문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규모가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투자 이슈가 있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기업들을 중심으로 맞춤형 사절단이 꾸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구성을 위해 재계와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과 달리 이번에는 대한상공회의소 차원에서 별도의 경제사절단을 구성하지는 않는다. 다만 바이든 정부가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 투자를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만큼 이와 연계된 기업의 CEO들이 주로 정부의 방미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에서는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이 직접 방미길에 오르는 가운데 미국과의 협력 이슈가 있는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에서는 배터리 사업을 전두지휘하는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투자 발표가 임박한 삼성전자의 경우 김기남 부회장 또는 백악관 회의에 참석했던 최시영 사장(파운드리 사업부장)이 사절단으로 거론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현대차 계열사 CEO들은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미국을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도 사절단 명단에서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에는 4대 그룹 총수와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해 52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 SK그룹 최 회장, 삼성전자 권오현 전 부회장, LG그룹 구본준 전 부회장, LS그룹 구자열 회장 등을 비롯해 대기업 10곳, 중견기업 14곳, 중소기업 23곳 등의 CEO가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등의 상황을 고려해 대한상의 차원에서 별도의 경제사절단은 꾸리지 않고 산업부가 나서서 기업들과 개별 접촉하고 사절단 규모를 최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미국 현지에서 투자 계획이 있는 기업들이 참여해 한미 간의 경제 밀착도를 높일 계획이다.
SK그룹의 경우 미국 내에서 배터리 투자가 핵심 쟁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대규모 2차전지 생산 기지를 짓고 있다. 최근 소송 현안 등이 마무리된 가운데 미국 완성차 브랜드들과 조인트벤처(JV) 설립 가능성도 거론된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 상반기 내 미국에서 복수의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와 별개로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투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공장 입지를 두고 미국 텍사스·애리조나·뉴욕주 등과 장기간 협상을 진행해왔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한미정상회담 직전에 미국 상무부가 소집한 반도체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삼성전자·TSMC·구글·아마존·GM·포드자동차 등의 CEO가 참석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계열사 CEO가 미국을 방문해 백신 협력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간의 반도체·배터리·바이오 협력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우리의 기술력이 높은 D램과 미국의 시스템 반도체 간 협업하는 모델을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분야 역시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과 전략적 협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의 미국 투자 요청에 기업들도 적극 호응하고 있는 만큼 미국 내에서 우리 기업들이 다양한 혜택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지원 사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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