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수가 지난 10년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비교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자 대형 상장사들을 필두로 실탄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유상증자의 경우 단기적으로 주당 가치를 희석할 가능성이 있어 재무구조, 투자 계획 등과 관련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이달 4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내에서 유상증자 결정 및 결과를 공시한 기업 수는 34개 사에 달한다. 이는 2010년대에 들어선 후 최다치인 동시에 지난해 같은 기간(21개 사)과 비교하면 1.6배 늘어난 수치다. 또 2019년(21개 사), 2018년(24개 사), 2017년(19개 사) 등 같은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10~20여 개 수준을 유지하다 올해 5년 만에 30개 사를 넘어섰다.
특히 올 2분기에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연이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례로 코스맥스(192820)는 지난달 1,443억 원 규모(130만 주)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달 자금 중 815억 원가량은 설비투자, 628조 원가량은 재무구조 개선,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네이버(NAVER(035420))도 미국 내 웹툰 사업을 영위하는 종속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유상증자(65만 주)에 나서며 자사가 그중 43만 3,669주를 취득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밖에 하이브(352820)(223만 주)·한화시스템(272210)(7,869만 주)·하나금융지주(086790)(745만 주)·DL(1,104만 주) 등도 연달아 2분기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달 2일까지 국내 기업이 공시한 주식 발행(신주 기준) 규모는 12조 478억 원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2011년(12조 9,081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코스피가 최고점을 달성하리라는 기대감이 대형 기업들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막대한 자금 조달 규모를 감당하려면 증시 분위기가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데다 코스피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역시 계속 우상향하는 추세”라며 “증시 호황이 이어지는 2분기 동안 설비 및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자금 마련을 서두르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피는 3일부터 재개된 공매도에도 불구하고 저가 매수세 등이 유입되며 빠르게 상승 반전했다. 특히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0% 상승한 3,178.70으로 마감하며 미국의 금리 인상 리스크는 물론 공매도 불안감에서도 일정 정도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는 경제지표나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등을 볼 때 코스피가 2분기 중 3,300선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유상증자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냥 달가운 일이 아니다. 기업의 총 주식 수가 늘어 주당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들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직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높다. 코스맥스의 경우 유상증자 공시 직후 2거래일 동안 주가가 16.79% 급락했다. 그 전까지 상승세를 타고 있던 LG화학(051910)도 관련 공시(4월 16일) 다음 거래일 주가가 1.78% 하락했다. 한화솔루션·NAVER·한국콜마(161890) 등도 유상증자 공시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줄지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의 재무구조 및 신규 투자 계획 등을 더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상증자가 주가에 단기적 악재로 작용하지만 투자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호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2분기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기업들 중에서는 신주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증설 등 투자와 관련해 사용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모두 채무 상환을 위해 사용하는 기업도 있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상증자는 기업들의 경영 행위로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규 시설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쓰인다면 장기적으로는 큰 호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시 현금 흐름상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신규 투자 가능성이 없는 기업들을 추리는 등의 방법으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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