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 상장이 미국 증시의 메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지난해 미국 증시 스팩 상장 건수는 248건으로 전체 신규 상장 건수(450건)의 55%에 달했다. 공모 금액도 830억 4,200만 달러(약 91조 9,400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팩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402개 스팩이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이고 총 1,286억 달러(약 145조 4,851억 원)의 인수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한 ‘페이퍼컴퍼니’다. 과거에는 자본 확보가 어려운 소기업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었으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증시 폭락과 기업공개(IPO) 시장의 정체로 급부상했다.
스팩 상장은 전통적인 IPO에 비해 ‘인수 가격과 기업 가치’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스팩은 자산운용사·M&A 전문 기업 등 일명 스폰서가 설립하는데 기업은 스팩 합병 시 스폰서와 인수 가격을 협상할 때 ‘공정가격(시장가격에 준하는 가격)’으로 협상할 수 있다. 기업의 잠재력은 추정 재무제표로 평가되기 때문에 특히 급성장하는 기업일수록 이득이다. 또한 상장 절차 소요 기간이 평균 6개월로 짧고 규제 부담도 까다롭지 않아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스팩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교적 낮은 위험으로 큰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투자한 스팩이 기업 가치가 높은 비상장 기업을 M&A하면 투자금 대비 몇 배 이상의 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 적은 종잣돈으로 투자가 가능한 점도 스팩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주당 공모가가 10달러(한국은 2,000원) 선이기 때문에 1,000주를 매수해도 납입금은 1만 달러(약 1,100만 원)로 일반 주식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투자한 스팩이 기간 내 비상장 기업 M&A에 실패하면 자동 해산되고 납입한 주식 대금(1주당 공모가 기준)에 이자를 가산해 환매를 받을 수 있어 자금 회수가 보장된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유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스팩 투자 역시 일반 주식 투자처럼 ‘추격 매수(급등하고 있는 종목을 매수하는 것)’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있고 합병이 결정된 기업의 가치에 따라 주가가 하락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또한 스팩은 스폰서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간혹 유명 인사를 내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과장 광고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편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새로운 ‘신주인수권 회계 처리 기준’을 내놓았다. 통상적으로 스팩의 대차대조표에서 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주인수권을 특정 상황에서는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스팩 투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만큼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증시 활성화가 가져오는 이점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던컨 라몽트 슈로더 국제재무분석사(CFA) 리서치&애널리틱스 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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