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열풍에 공모펀드 시장의 최근 화두도 공모주 투자다. 대규모 IPO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공모주 펀드는 전반적인 펀드 시장 부진 속에도 연초 이후 3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리며 IPO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3일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공모주 펀드에는 2조 8,478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 2일 기준 공모주 펀드 설정액은 5조 9,547억 원으로 유형별 자금으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공모주 펀드는 자산의 일부분을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로 자산의 10~30%는 공모주를 담고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한다.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SKIET)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SD바이오센서·크래프톤 등 대어들의 IPO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 점이 공모주 펀드 인기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최근 균등배정제도가 확대되는 점도 기존 청약증거금제도에 익숙했던 자산가들이 공모주 펀드의 문을 두드리게 만들고 있다. 기업공개에 나서는 기업이 청약 물량의 절반 이상을 균등 배정하며 과거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공모주 물량을 싹쓸이하던 이른바 ‘청약족’들 입장에서는 같은 자금으로 받을 수 있는 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SKIET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기업들이 대거 상장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올해에는 대규모 공모주 장이 설 것”이라며 “공모주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공모주 청약제도 변화를 적극 활용하고 추가로 공모주 펀드도 검토해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개별 펀드를 보면 ‘KTB공모주10펀드’에 연초 이후 2,248억 원, ‘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펀드’에 1,825억 원, ‘유진챔피언공모주펀드’에 1,092억 원, ‘교보악사공모주하이일드플러스펀드’에 1,552억 원 등이 몰렸다.
공모주 펀드의 인기에 자산운용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공모주 기관 배정 물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공모주 펀드에 자금이 몰리며 투자금액당 배정 물량이 급감해 펀드의 수익률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모주 펀드 중 일부는 신규 판매 중단에까지 나서고 있다.
SKIET 상장을 앞두고 지난 2일 기준까지 현재 판매가 중단된 공모주 펀드는 ‘유진챔피언공모주펀드1호’ ‘알파시나브로공모주펀드1호’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펀드5호’ ‘코레이트하이일드공모주플러스펀드’ 등 10개에 달한다. 실제로 자금이 몰렸지만 과열에 따른 수익률 희석 및 투자 전략 등의 영향으로 공모주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97%로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10.27%)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SKIET를 통해 확인된 공모 열기로 인해 공모주 펀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공모주 펀드 신규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 127개였던 공모주 펀드는 3일 기준 134개로 늘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12일 코스닥벤처기업공모주 3호 펀드를 내놓았고 KTB자산운용은 이날 ‘KTB코스닥벤처 2호’ 펀드를 ‘KTB코스닥벤처공모주포커스’로 개명하고 운용 전략을 바꿔 리뉴얼 출시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초 공모주 펀드를 담은 펀드랩을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묻지마 투자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투자에 앞서 공모주 펀드마다 천차만별인 투자 전략은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 연구원은 “운용 전략에 따른 성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에 어떤 투자에 앞서 운용 전략으로 운용되는 공모주 펀드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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