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열풍이 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2050년 탄소 중립’ 공약을 제시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탈퇴했던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지난 1월 재가입했고 프랑스와 영국도 기후 관련 법안을 신설해 탄소 중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홈디포와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등 유수의 기업들 또한 자국의 정부 정책에 발맞춰 ESG 경영의 불을 댕기는 가운데 각국 정부는 중소기업들도 에코 경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코 경영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경쟁 기업들 중 가장 먼저 오는 2030년까지 실행할 ‘탄소 부정’ 계획을 선언했다. 지난해 1월 탄소 제거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조성한 10억 달러 규모의 기후 혁신 펀드를 기반으로 자사가 발생시키는 전체 탄소보다 더욱 많은 양의 탄소를 적극 감축하겠다는 의미다. 지난 2015년부터는 바다 인근의 풍력과 파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가동하는 해저 데이터 센터도 건립하고 있다.
미국 최대 주택 자재 업체인 홈디포도 손꼽히는 에코 경영 기업 중 하나다. 홈디포는 2025년까지 335㎿급 규모의 대체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홈디포는 2019년 말 기준 매장 47곳 옥상에 축구장만 한 크기의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했고 45곳에 더 시설을 확장 중이다. 200개 이상 매장에서는 기존 발전기의 절반 수준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연료 전지를 가동하고 있다. 텍사스에 있는 풍력발전소로부터는 매장 105곳을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다.
컴퓨터용 그래픽 처리 장치를 주로 개발하는 엔비디아도 ‘분쟁 지역 광석(Conflict minerals)’ 사용률 0%를 유지하며 높은 수준의 에코 경영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로 대표되는 분쟁 지역 광석은 금과 주석·텅스텐·탄탈 등이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역이나 국가에서 주로 채굴되는 광석으로 전자 기기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자사 직원들에게 ‘반부패’ 교육을 꾸준히 시행하는 엔비디아답게 사회적 가치에 어긋나는 기업 운영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업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에코 경영을 펼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 각국 정부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에코 경영 참여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혁신 기금을 조성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미국도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44%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공평한 지원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하며 청정에너지·환경 관련 투자 혜택의 40%를 석탄·발전소 근로자와 지역사회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한국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에코 경영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올해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비용 부담(44.3%), 정보 부족(18.8%), 전문 인력 부족(18.0%) 등을 이유로 에코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앞으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ESG 경영이 의무화된다면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이를 부담으로 느끼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소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ESG 평가지표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ESG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