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이 다시 10% 내외로 상승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초강경 발언에도 정부가 암호화폐 투자 규모가 너무 커져 없애지 못할 것이라는 ‘대마불사’ 기대가 확산된 여파로 추정된다. 대마불사란 덩치나 규모가 큰 집단은 없앨 경우 부작용이 커 결국 살아남을 것이라는 의미다.
26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은 개당 6,280만 4,000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4.92% 상승한 가격이다. 같은 시각 글로벌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는 원화 환산 기준 5,868만 6,000원에 거래됐다. 차액은 약 400만 원으로 김치 프리미엄은 7%대 초반이었다. 수치는 이날 오전 8시 40분 9.2%까지 오르기도 했다.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은 3~4월 중 한때 20%를 넘기도 했다. 국내에서의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1,500만 원가량 비쌌다. 해외보다 국내에서 투자 심리가 달아오른 결과다. 하지만 지난 22일 은 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오는 9월까지 실명 계좌로 전환하지 않는 거래소는 다 폐쇄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투자 심리가 급속히 냉각됐고 23일 김치 프리미엄은 2~3%대까지 축소됐다. 암호화폐 스팀(STEEM)·무비블록 등 아예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저렴한 역(逆)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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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말을 지나면서 다시 투자 심리가 살아나며 김치 프리미엄이 상승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이더리움의 김치 프리미엄은 7.22%, 도지코인은 7.68%를 기록했다. 한때 역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난 스팀도 7.77%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여당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점이 국내 투자 심리 회복으로 연결됐다고 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 다수가 암호화폐 투자에 나선 가운데 정부가 암호화폐 투자를 원천 금지하는 등 초강경 대응을 할 경우 투자금을 잃는 사람들이 대거 나오게 되고 이는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가능성 언급 때의 학습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지나고 보니 2018년에도 암호화폐를 들고 있었으면 지금 큰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며 “지금은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졌지만 3년 뒤인 2024년에는 오를 수 있으므로 계속 버티자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투매가 과거보다 줄면서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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