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고무 등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제지 및 석유화학 관련 종목들이 하락장에서도 뜀박질을 했다. 경기회복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들의 제품 판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중장기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가운데서도 종이목재지수는 1.28% 상승해 489.92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무림P&P가 7.05% 급등해 5,470원에 거래를 마쳤고 SUN&L(3.27%)·한솔제지(2.84%)·영풍제지(2.53%)·깨끗한나라(1.92%) 등도 상승세로 마감했다. 화학주 중에서는 효성화학이 7.23% 오르며 37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 금호석유(5.42%)·애경유화(4.40%)·코오롱인더(2.22%) 등도 강세를 보였다.
펄프·고무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가 관련 종목들의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제지 업체들의 주원료인 펄프의 경우 연초부터 가격이 예상보다 더 급격한 반등세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펄프 가격이 지난해 3분기 톤당 537달러(약 60만 원)를 저점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는데 특히 올해 들어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톤당 600달러였던 펄프 가격은 2월(544달러)·3월(725달러)에 이어 이달 855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에 지난해에는 수요 부진에 대응해 재고를 줄였던 해외 유통 업체들이 올해는 반대로 재고 비축에 서두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는 연구원은 “주요 수출 시장에서 구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재고를 늘리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판매량 회복과 판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주원료인 고무 가격 급등 또한 관련주들의 주가 상승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고무 가격 급등세에 대해 “10년 만에 고무 슈퍼사이클이 귀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공급지에서의 업황 부진에 따른 경작지 감소,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고무나무 질병 등으로 천연고무 공급은 줄었지만 최근 들어 수요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태국·중국 등에서 장갑용 천연고무 사용량이 증가했고 글로벌 물류 이동 증가 및 인프라 투자 증가에 따른 트럭용 타이어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30% 급증했다”며 “특히 3월 한국 NB라텍스 수출량은 8만 9,000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경기회복 국면에서 나타나는 펄프·고무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관련 업체들의 중장기적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 연구원은 한솔제지에 대해 “수출 단가가 높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수요 상황이 중요한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효과가 발휘되면서 두 시장에서 모두 소비자기대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인쇄용지·특수지 수요는 사람들의 대면 접촉이 늘고 이동 거리가 길어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도 화학 업체에 대해 “2분기 판매량 및 판가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자동차·패키징 등 산업용 수요는 올 1분기보다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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